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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영국 특수부대 ‘리비아 굴욕’

등록 2011-03-07 20:39수정 2011-03-07 22:11

사전연락 없이 갔다가 반정부군에 체포
석방협상 통화내용도 카다피에 도청당해
‘실수로 시작해 실수로 끝난 임무’, ‘형편없이 망쳐진 임무’, ‘굴욕적으로 종결된 임무’.

<가디언>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유력 일간지 7일치 기사는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실패한 영국 특수부대의 대 리비아 작전을 조롱했다. 반정부군의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을 돕는 소규모 외교팀이 리비아에서 활동중이라던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의 자랑거리가 웃음거리로 변한 것이다.

지난 4일 6명의 영국 특수부대(SAS)원과 2명의 해외정보부(MI6) 요원을 태운 헬리콥터가 리비아 벵가지항에 정박해 있던 프리깃함에서 이륙해 약 30km 떨어진 벵가지 외곽 사막에 내려앉았다. 리비아 반정부군과 접촉하려 했다는 이들은 사전에 벵가지를 장악한 반정부군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헬리콥터가 착륙했다가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정부군이 몰려왔다. <텔레그래프>는 “특수부대팀은 무기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곧 무기가 발견돼 더욱 곤경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작전팀은 정찰·첩보 장비, 다국적 여권, 총, 탄약 심지어 폭발물까지 지녔다. 반정부군은 수갑을 채워 이들을 근처 부대로 데려갔다.

특수부대팀을 석방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 또한 신중하지 못했다. 리비아 주재 영국 대사 리차드 노던은 급히 반정부 지도자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리비아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특수부대팀이 뭔가 오해가 있어 체포됐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잘릴은 “그들이 넓게 트인 땅에 헬리콥터를 타고 오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런데 둘 사이의 대화가 도청돼 카다피가 통제하는 국영방송을 통해 리비아 전역에 중계됐다. 둘의 통화가 ‘반정부군은 서방 정부와 한패’라는 카다피쪽 선전물로 활용된 것이다.

5일 밤 풀려난 특수부대팀은 구축함을 타고 결국 리비아 땅을 떠났다. 헤이그 장관은 6일 “특수부대팀이 반정부 세력과 접촉하기 위해 리비아로 갔지만, 어려움을 겪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앞으로 그러한 팀을 더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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