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부상자 속출하자 나토 군사개입 논의 ‘탄력’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군에 폭격을 계속하면서,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명분을 더해주고 있다. 카다피의 ‘반전 카드’로 반정부군의 세력 확산 차단과 점령지 탈환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공군력이, 외부의 군사 개입을 부채질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카다피를 따르는 리비아 정부군이 전투기와 탱크, 대포 등을 동원해 반정부군이 장악한 라스라누프와 빈자와드, 자위야, 미수라타 등지에 반격을 가했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이 7일 보도했다. 정부군은 리비아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라누프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빈자와드를 탈환했다. 정부군이 장악한 카다피의 고향 시르트를 향해 ‘서진’중이었던 반군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카다피의 공군이 반격을 호위했다. <뉴욕 타임스>는 “맹렬한 공군의 지원을 받은 카다피 친위부대가 빈자와드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라스라누프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군의 폭격이 수차례 있었다. 저녁 무렵엔 정부군의 미그기가 반정부군 검문소 주위에 두차례 폭격을 가해, 차에 타고 있던 가족 4명이 크게 다쳤다. 8일에도 라스라누프에서 최소 4차례 이상 이어진 공습으로 1명이 다치고 2층짜리 건물이 부서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러한 피해는 최근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이슬람의 “공습은 겁주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카다피는 그동안 서구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민간인을 향한 “공습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폭격도 군사 시설 등을 겨눈 듯 보였지만, 민간인 부상자들이 나오면서 국제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공습 현장을 담은 외신 사진들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보도와 맞물려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민간인 부상자를 낳은 정부군의 공습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서구의 논쟁에 ‘긴급 메모’를 하나 보태준 꼴”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빌려 지난 사흘 동안 출격한 리비아 공군기 가운데 약 절반이 지상에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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