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분노의 날’ 시위 예고
경찰 총탄 발포하며 진압
경찰 총탄 발포하며 진압
전국적으로 예고된 ‘분노의 날’ 시위를 하루 앞둔 10일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이 동부지역 중심도시 카티프에서 소규모 시위를 강제진압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카티프 지역에서 시아파 주민 800여명이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공중으로 총을 간헐적으로 쏴대며 강제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3명이 다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시위대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의 발포는) 카티프가 아니라 모든 사우디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청년동맹 등 페이스북 그룹이 주도한 11일 ‘분노의 날’ 시위를 벌이자는 글이 3만2천명의 지지를 받고 있고,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직접선거 도입, 여성 인권 확대,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집중 거주하는 카티프를 포함한 사우디 동부 지역에선 지난 3주 동안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26명의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소규모 시위가 계속돼 왔다. 카티프는 하루 500만배럴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석유수출항인 라스탄누라항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이 관통하고 있다.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사우디 정부는 동부지역 시위에 대비해 1만5천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 리야드에도 곤봉과 최루가스를 보유한 전경과 특수부대원들이 쇼핑몰과 주요 도로에 대거 배치됐다.
한편, 걸프 연안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취약한 바레인과 오만에 10년에 걸쳐 각각 100억달러씩 모두 200억달러의 발전기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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