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공습 시작되자 퇴각
다국적군이 리비아 정부군의 벵가지 점령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전격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벵가지 상황도 주목받고 있다. 리비아 제2의 도시로 반정부 세력의 수도 역할을 해온 벵가지는 19일(현지시각) 파죽지세로 동진한 정부군에게 함락당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공습으로 하늘에서는 다국적군이 우위를 점한 듯하지만 지상에서는 리비아 정부군의 기세가 여전하다.
정부군과 반군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여러 보도와 증언을 종합하면 정부군은 이날 오전 벵가지 중심부에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군 탱크들이 벵가지 시내의 요충인 한 다리에까지 도달했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이 다리는 반정부 세력의 대표기관인 국가평의회가 청사로 쓰는 법원으로부터 불과 3㎞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정부군이 들이닥치자 일부 시민들은 차량 수십대에 타고 이집트 국경 쪽으로 대피했다. 이 무렵 정부군이 벵가지에 공습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정부 세력은 시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만들며 시가전에 대비했다. 반정부군이 정부군한테서 노획한 전투기 2대 중 1대가 작전 중 추락하고 비상탈출한 조종사가 숨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군은 다국적군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이 가해진 이날 오후에는 벵가지에서 남서쪽 방향에 있는 교두보로 퇴각했다. 다국적군한테서 더 강력한 역습을 당할까봐 전술적 후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군이 공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에 반정부군 진영에서는 공격 계획을 이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연호했다. 리비아 정부는 정부군이 지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이후에도 공격을 계속했다는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무사 쿠사 외무장관은 19일에도 정부군이 교전 중단을 요구한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리비아 정부군의 한 관계자는 “정부군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데, 반군이 벵가지 근처에서 공격해와 자위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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