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는 벵가지 공격 계속
리비아가 미국과 유럽의 군사공격을 막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사정을 하며 매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를 마친 반기문 총장은 19일(현지시각)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뒤 리비아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제발 공격을 막아달라’고 간청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알 바그다디 알리 알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는 회의 전날 밤, 반 총장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유엔결의안 1973호를 따르겠다. 시민군에 대한 공격도 중단하겠다”며 서방국가의 공격을 막아달라고 애원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마흐무디 총리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했다”며 “심지어는 시민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유엔 감시단을 보내도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은 다음날인 19일 “리비아 정부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리비아 휴전 이행 여부를 감시할 요원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리비아 정부는 군사개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몰타, 터키, 중국, 독일 등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리비아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반 총장은 “총리가 나한테 그런 전화를 하는 순간에도 리비아 정부군은 벵가지를 공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국 회의에서 “리비아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행위는 국제법으로 처벌해야 할 범죄행위”라며 “반드시 가해자들을 붙잡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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