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전쟁땐 대선에 악재
학살 방관도 정치적 부담
학살 방관도 정치적 부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놓고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반군 궤멸에 나서자, 결국 군사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0일(현지시각) 프랑스나 영국에 작전 주도권을 넘기겠다고 밝힌 데서도 미국이 이번 군사개입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군이 영국군과 함께 19일 리비아 방공망 무력화를 위해 지중해의 해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124발 이상을 발사한 것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이 아랍권에서 단행한 가장 큰 규모의 군사개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군사개입에 대해 “해군과 공군을 통한 정밀타격이나 측면지원은 할 수 있지만, 대규모 미군 병력을 리비아 내부로 진격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또다른 전쟁을 할 여유가 없다. 재정적자로 전비에 대한 부담도 크다. 또 리비아와의 전쟁이 자칫 이슬람 국가와의 불화로 이어지거나, 이슬람 급진 세력의 테러 위협에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상군 투입은 미군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아프간 전쟁에 지친 미국인들로부터 절대 환영받을 수 없다.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증명되었듯 지상군을 투입하면,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오바마는 내년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리비아 군사개입에 대해 민주당 내부의 진보성향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력히 성토하는 분위기다. 또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20일 성명을 내고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대리비아 군사개입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진보·보수 모두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꺼리는 것이다.
문제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리비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의 경찰국가’인 미국이 무작정 발을 뺄 수도 없다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인도주의적 입장을 표명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카다피의 반군 학살을 방관하더라도 또다른 정치적 부담이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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