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부, 외신기자들 초청
묘지에 주검들은 오지 않아
“공습에 희생” 거짓주장 의혹
묘지에 주검들은 오지 않아
“공습에 희생” 거짓주장 의혹
20일 오후(현지시각)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의 한 공동묘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묘지엔 새로 판 무덤과 화환이 즐비했다. 리비아 정부는 다국적군의 폭격에 숨진 민간인 희생자 26명의 장례식이 열린다며 외신 기자들을 초청했다. ‘조문객’들도 오후 일찌감치부터 모여들었으나, 정작 ‘순교자’들의 주검은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았다.
카다피 지지자들은 이곳에서 카다피의 초상화를 들고 에이케이(AK)-47 소총을 여러 발 허공에 쏴댔으며, 젊은이들은 “지하드”를 외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텔레비전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민 일부는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사르코지(프랑스 대통령)는 적이다”, “믿을 수 없는 (방송)네트워크에 (뉴스를) 팔아먹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 “카다피,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외쳤다. 마무드(24)라는 한 젊은이는 새로 마련된 무덤을 가리키며 “서방은 민간인을 보호하겠다고 하고선 민간인을 죽인다, 어제는 트리폴리 인근 타주라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자의 직업과 나이, 사망 경위에 대한 설명이 엇갈려, 리비아 당국이 급조한 관제 장례식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한 희생자의 ‘친척’ 중 일부는 그가 폭격으로 집이 무너져 숨졌다고 주장한 반면, 또다른 이들은 택시를 운전하던 중 미사일을 맞았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기자들은 2시간 넘게 장례식을 기다리다가 리비아 당국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리비아 정부는 다국적군의 19일 공습으로 64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윌리엄 고트니 미국 해군 중장은 20일 “민간인 희생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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