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군 공습에 중동여론 균열
안보리 결의안 지지한
아랍연맹 소속 국가들
반서구 감정 점차 확산
카타르만 공습에 동참 ‘아랍의 봄’ 민주화 열기외세 개입에 꺾일 우려 아랍은 애초 아랍국가인 리비아에 대한 ‘서구의 전쟁’에 명분을 던져줬다. 19일(현지시각) 미국·영국·프랑스가 주축이 된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결정되기 직전 열린 ‘파리 회의’엔 카타르·아랍에미리트·모로코·이라크도 참석했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충실한 ‘카메오’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73호 결의안 통과가 가능했던 것도 페르시아만에서 북아프리카까지 22개 나라가 가입한 아랍연맹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막상 공습이 시작되자 아랍 세계는 서구란 거대한 ‘트라우마’ 앞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는 20일 “아랍은 서구의 간섭에 대한 내면적 두려움과, 서구가 리비아 반군을 돕는다는 안도감의 혼재 속에서 공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다피를 향한 인도주의적 분노가, 외세 개입으로 인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날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다국적군에 4대의 전투기를 보내기로 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도 참여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윌리엄 고트니 미국 해군 부제독은 “다른 아랍국들도 군사행동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서구의 희망 섞인 기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파리 회의’에도 참석했던 이집트 출신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발언은 그런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애초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찬성했던 그는 공습 뒤 “우리가 바랐던 것은 민간인 보호지 폭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다피 쪽은 20일까지 다국적군의 이틀간 공습으로 민간인 6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은 유럽 뒤에 숨으려 하고, 유럽과 미국은 또 아랍 동맹 뒤에 몸을 숨기려 한다”며, 아랍의 지지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서구의 ‘의도’가 무사의 발언으로 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랍의 ‘민심’을 잃기 시작하면, 이번 군사행동의 명분과 정당성은 빠르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의 ‘휴먼라이츠워치’ 지부에서 일하는 헤바 모라예프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펼친 사막의 여우 작전과 이스라엘 건국을 보면서 자란 우리 모든 세대는 자연스레 서구의 정치적, 군사적 개입을 보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서구가 전쟁 명분으로 ‘인도적 개입’을 내세워 아랍을 설득했지만, 공습 이후 알제리 최대 일간지 <카바르>나 모로코 일간 <사바>가 ‘서구의 석유쟁탈전’이라거나 ‘이라크의 재판’이라고 전쟁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랍인들에게 리비아 공습이 불편한 건 서구에 대한 오랜 정서적 반감 때문만은 아니다. 튀니지의 일간 <슈루크>는 “외국의 개입은 부패한 정권에 맞서는 리비아인들의 싸움을 손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재에 맞선 아랍 시민의 민주화 혁명이 외국군이 끼어들면서 빛이 바랠 수 있어서다. 룰라 칼라프 <파이낸셜 타임스> 중동 담당 편집장은 “이것(외세 개입)은 명백히 아랍 젊은이들이 상상했던 게 아니다”라며 “다국적군의 리비아 정부군에 대한 공습은 아랍의 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아랍연맹 소속 국가들
반서구 감정 점차 확산
카타르만 공습에 동참 ‘아랍의 봄’ 민주화 열기외세 개입에 꺾일 우려 아랍은 애초 아랍국가인 리비아에 대한 ‘서구의 전쟁’에 명분을 던져줬다. 19일(현지시각) 미국·영국·프랑스가 주축이 된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결정되기 직전 열린 ‘파리 회의’엔 카타르·아랍에미리트·모로코·이라크도 참석했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충실한 ‘카메오’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73호 결의안 통과가 가능했던 것도 페르시아만에서 북아프리카까지 22개 나라가 가입한 아랍연맹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막상 공습이 시작되자 아랍 세계는 서구란 거대한 ‘트라우마’ 앞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는 20일 “아랍은 서구의 간섭에 대한 내면적 두려움과, 서구가 리비아 반군을 돕는다는 안도감의 혼재 속에서 공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다피를 향한 인도주의적 분노가, 외세 개입으로 인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날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다국적군에 4대의 전투기를 보내기로 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도 참여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윌리엄 고트니 미국 해군 부제독은 “다른 아랍국들도 군사행동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서구의 희망 섞인 기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파리 회의’에도 참석했던 이집트 출신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발언은 그런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애초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찬성했던 그는 공습 뒤 “우리가 바랐던 것은 민간인 보호지 폭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다피 쪽은 20일까지 다국적군의 이틀간 공습으로 민간인 6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은 유럽 뒤에 숨으려 하고, 유럽과 미국은 또 아랍 동맹 뒤에 몸을 숨기려 한다”며, 아랍의 지지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서구의 ‘의도’가 무사의 발언으로 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랍의 ‘민심’을 잃기 시작하면, 이번 군사행동의 명분과 정당성은 빠르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의 ‘휴먼라이츠워치’ 지부에서 일하는 헤바 모라예프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펼친 사막의 여우 작전과 이스라엘 건국을 보면서 자란 우리 모든 세대는 자연스레 서구의 정치적, 군사적 개입을 보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서구가 전쟁 명분으로 ‘인도적 개입’을 내세워 아랍을 설득했지만, 공습 이후 알제리 최대 일간지 <카바르>나 모로코 일간 <사바>가 ‘서구의 석유쟁탈전’이라거나 ‘이라크의 재판’이라고 전쟁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랍인들에게 리비아 공습이 불편한 건 서구에 대한 오랜 정서적 반감 때문만은 아니다. 튀니지의 일간 <슈루크>는 “외국의 개입은 부패한 정권에 맞서는 리비아인들의 싸움을 손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재에 맞선 아랍 시민의 민주화 혁명이 외국군이 끼어들면서 빛이 바랠 수 있어서다. 룰라 칼라프 <파이낸셜 타임스> 중동 담당 편집장은 “이것(외세 개입)은 명백히 아랍 젊은이들이 상상했던 게 아니다”라며 “다국적군의 리비아 정부군에 대한 공습은 아랍의 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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