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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독재정권과 결별한 중동 외교관들 ‘2중고’

등록 2011-03-23 21:00수정 2011-03-23 22:02

리비아·예멘대사 등 곤궁한 처지 내몰려
대사관 문닫거나 자리 밀려나 신분불안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운동 열풍은 ‘외교관들의 반란’이기도 하다. 더 이상 독재정권을 대표할 수 없다며 줄줄이 사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정권 교체에 이르지 못한 나라들의 전직 외교관들이 불안과 곤궁함에 빠졌다고 22일 전했다.

지난달 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의 사임을 요구하며 미국 주재 대사직에서 물러난 알리 술레이만 아우잘리는 윤택한 생활과도 작별했다. 관저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들은 그의 사임으로 ‘고용주’가 사라지자 체류 자격을 잃고 돌아갔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를 몰던 운전기사도 사라졌다. 아우잘리는 곧 외교관용 차 번호판도 떼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 7층에 있던 대사관은 지난주 미국 국무부가 문을 닫아버렸다. 갈 곳이 없는 아우잘리는 관저 지하 식당에 컴퓨터들을 놓고 “새로운 리비아 정부의 대표자”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 자산이 동결돼 돈이 나오는 곳은 없다.

2009년 미국과 리비아의 대사급 외교관계 복원으로 35년 만의 주미대사가 된 아우잘리는 그동안 사람이 안 살아 곰팡이가 뒤덮었던 관저를 수리하고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40년 외교관 생활을 청산한 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으며, “카다피 정권이 아니라 리비아 국민들을 대표하고 싶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가 옷을 벗을 때 유엔, 프랑스, 인도, 중국 주재 리비아 대사 등도 같은 길을 택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사임 요구를 총칼로 누르고 있는 예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 시리아, 레바논 주재 대사가 잇따라 물러났다. 살레 대통령의 처남인 압둘와하브 압둘라 알하즈리 주미대사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8일 주유엔대사에서 물러난 압둘라 알사이디는 예멘 정부가 곧 그의 후임을 임명해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를 내줘야 할 처지다. 그는 세 아들과 함께 계속 미국에 머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살레 정권이) 발코니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민의 머리와 목에 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던 그는 당분간 독서와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전직 외교관들이 불안을 호소하지만, 미국 정부는 현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 주미 리비아대사 아우잘리의 신분에 대해 국무부의 한 관리는 “그는 공식적으로는 한명의 리비아 시민일 뿐이며, 비자도 그에 맞게 갱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주의적 선택이 아니냐는 시각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리비아 전문가인 미국 다트머스대의 디에데릭 반데왈레 교수는 “내 생각에 그들은 단지 다른 쪽에 패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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