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다비야·브레가까지 장악…정부군, 협상 제안
다국적군 과잉개입 논란…이탈리아·독일 ‘중재안’ 낼듯
다국적군 과잉개입 논란…이탈리아·독일 ‘중재안’ 낼듯
[전세 역전된 리비아]
리비아 반군이 카다피 정부군으로부터 동부 일부 도시를 탈환하고, 카다피 정권이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다국적군이 공습을 개시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지상에서도 전세가 역전되는 모양새다. 다국적군의 ‘과도한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이탈리아는 휴전과 카다피 망명을 뼈대로 한 외교적 해결책을 추진하고 있다.
■ 전세 역전 발판 리비아 반군은 26일 저녁(현지시각) 다국적군의 공습에 힘입어 아즈다비야를 탈환한 데 이어 브레가까지 되찾았다.
반군 대변인 샴시딘 압둘몰라는 이날 외신기자들에게 “우리가 아즈다비야를 100% 장악했다”며 “카디피 정부군은 더이상 공군력과 중화기가 없어 퇴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레드 카임 리비아 외무차관도 “정부군이 전술적 후퇴를 했다”고 인정했다.
영국과 프랑스 공군이 주축이 된 다국적군은 주말 내내 수도 트리폴리와 카다피의 고향 시르트, 중부 미수라타 등에 대한 맹폭을 이어갔다. 리비아 정부군은 제3의 도시이자 석유 수출항인 미수라타에서 반군과 격렬한 교전을 벌였으나 다국적군의 공습에 밀려 퇴각했다. 한 반군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다국적군의 전투기들이 미수라타 상공에 출현하면서 카다피 정부군의 포격이 멈췄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다국적군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 ‘과도한 개입’ 논란 이러면서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의 목표와 범위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카임 리비아 외무차관은 26일 “미국과 유럽의 군대가 유엔 결의안이 위임한 수준을 넘어, 비행금지구역 이행과 민간인 보호에 그치지 않고 반군을 근접 공중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도 이날 밤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우리는 수많은 목숨을 잃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지휘해온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카터 햄 사령관조차 이날 “(군사작전이) 너무 많이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로고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예상했던 대로 나토가 북아프리카 전쟁에 갈수록 깊이 빠져들고 있다.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협상 타진, 중재안 군불 이탈리아의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26일치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망명, 유엔이 감독하는 휴전, 인도주의적 완충지대 설치 등의 방안을 담은 외교적 해결책을 2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리비아 군사개입국 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방안이 29일 ‘이탈리아-독일 공동제안서’로 제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프랑스·영국과 달리 군사개입에 소극적이었던 두 나라가 무력개입 중지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25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회의에 리비아 정부 대표로 참석한 압둘 아티 오베이디 전 총리는 “우리는 리비아 국민이 원하는 것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아프리카연합이 제시하는 로드맵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치적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리비아 반군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카다피 쪽과) 협상은 없다. 카다피가 할 일은 즉각 공격을 멈추고 리비아를 떠나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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