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동 구상’도 흔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리아인들이 정부군의 발포에도 불구하고 26일(현지시각) 이틀째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 종교적 소수파가 통치하는 이 나라에서 종파 분쟁의 본격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서부 해안의 라타키아와 남부 타파스에서 이날 각각 수천명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라타키아에서는 옥상에 배치된 정부군 저격수의 발포로 시민 2명이 숨졌다. 전날 수만명이 운집한 시위의 진압 과정에서 20여명이 숨진 남부 다르아에서도 수백명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15일 이후 27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적어도 60명이 숨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다르아의 한 의사는 150명 이상 숨졌다고 <알아라비야> 방송에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다르아에서 군과 경찰을 빼고 정치범 260명을 석방하는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정부와 관계 없는) 무장세력이 발포를 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의 범시아파인 알라위트족 지배체제는 종파간 대립 양상으로 더욱 위협받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트족은 인구의 6.3%에 불과한 반면 수니파는 74%를 점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있는 수니파 지도자로 불리는 유세프 알카라다위는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오늘 혁명의 열차가 피해갈 수 없는 역인 시리아에 도착했다”고 설교했다. 시리아 정부는 수니파들이 설교에 자극받았다며 알카라다위를 비난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요르단에서도 반정부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요르단 야권은 26일, 전날 경찰의 해산과 친왕정 시위대의 공격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것과 관련해 마루프 바키트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압둘라 2세 국왕이 정치개혁 요구를 무마하려고 지난달 기용한 인물이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와 요르단도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는 바람에, 중동 중심부의 두 나라를 ‘중동 평화’의 축으로 활용하려던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질서의 버팀목이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쫓겨난 뒤라 더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도 이집트나 요르단처럼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도록 종용해 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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