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미등 런던회의서 “카다피 퇴진 이후 논의”
안보리 중립 결의 어기고 반정부군과 협상 준비
안보리 중립 결의 어기고 반정부군과 협상 준비
서방과 아랍 국가들의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유엔 결의의 수준을 넘어 ‘정권 교체’로 향하고 있다.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프랑스·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29일 오후 영국 런던에서 ‘리비아 개입국 접촉그룹 회의’를 열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 퇴진 이후 리비아의 정치적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나토 회원국들뿐 아니라 유럽연합,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 이라크·요르단·아랍에미리트·레바논·카타르 등 아랍권 국가들을 포함해 40여개 나라 대표들이 참여했다.
회의에선 리비아 반정부세력이 국제사회와 향후 정치 과정을 협상할 소규모 접촉그룹을 구성하는 방안도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반정부세력인 과도국가평의회의 마흐무드 지브릴 대표도 이 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따로 면담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29일 미국이 리비아 반정부 세력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곧 리비아에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에프페>는 29일 프랑스가 외교관 출신으로 아랍어에 능통한 앙투안 시방(53)을 벵가지 주재 대사로 임명해 지난 27일 리비아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3호는 리비아 민간인 보호와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핵심이며, 정권 교체와 지상군의 점령은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에 대한 서방의 ‘전면적 개입’이 내정 간섭 내지 주권 침해 논란을 빚는 이유다.
앞서 28일 미국·프랑스·영국·독일 등 4개국 정상은 화상회의를 열어, 런던 회의가 리비아의 정치적 이행을 돕는 회의가 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카다피가 리비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고 믿는 모든 리비아인들이 정치적 이행 과정에 능동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두 정상은 “그 같은 ‘정치적 이행’은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가 전국 정치협상을 시작해 헌법을 개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영국 외무부 관리들은 수일 전부터 리비아 반군 쪽과 직접 만나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리비아 정국을 논의해온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9일 전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에이비시>(abc) 방송 등에 출연해 “오바마 행정부는 리비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는 29일 런던 회의에 서한을 보내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며 “서방은 야만적 공격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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