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코코아 수출항도 점령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사실상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코트디부아르가 반군 쪽의 행정수도 장악과 세계 최대 코코아 수출항인 상페드로 점령으로 중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 대선에서 국제사회에 의해 승자로 인정된 알라산 우아타라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군 쪽은 30일 행정수도인 야무수크로와 상페드로를 장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상페드로 주민 한 명은 “그들(반군)이 새벽 4시께부터 도시 전체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반군들은 또한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아비장으로도 진격하고 있다. 지난 29일엔 서부의 요충지 두곳을 장악했다. 우아타라가 임명한 알리 쿨리발리 주프랑스 코트디부아르대사는 “공화군(반군)이 코트디부아르 영토 4분의 3을 차지했다”며 “내전 없이 이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30일 대선 결과에 불복해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제재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앞서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등 다른 국제기구도 우아타라를 코트디부아르의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바그보 대통령 쪽은 최대 도시이자 경제수도인 아비장을 장악한 채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민간인들에 대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유엔 쪽은 밝혔다. 그바그보의 한 대변인은 군이 전술적 후퇴를 했으나, 합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계속 항전 의사를 밝혀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남쪽과 북쪽 지역의 민족·종교·경제 갈등으로 인해 2002년부터 남북으로 분리됐다. 코트디부아르는 국제사회의 중재로 지난해 남북 통합 대선을 치렀으나, 남쪽을 근거지로 한 그바그보 현 대통령 쪽의 불복으로 지난주부터 다시 전투가 벌어졌다. 북쪽을 근거지로 한 우아타라 쪽은 국제사회의 중재가 계속 실패하자 2002년 당시 책정된 휴전선을 넘어 아비장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코트디부아르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코코아 산업 등으로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영을 누렸으나 인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으로부터의 이주민과, 이들과 인종적으로 비슷한 북쪽 주민들이, 경제 번영을 누리던 남쪽 주민들과 갈등을 벌여왔다. 2002년 일부 북쪽 출신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아비장으로 진격했으나, 식민 본국인 프랑스의 제지로 남북으로 분단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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