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위치
300여명 중 51명만 구조
악천후로 희생자 크게 늘듯
대다수 최빈국 이주노동자
악천후로 희생자 크게 늘듯
대다수 최빈국 이주노동자
리비아를 탈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침몰해 수백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는 6일 새벽 4시께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섬 앞 64㎞ 해상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250여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배에 타고 있던 300여명 중 51명만 구조됐다고 밝혔다. 하루 종일 수색작업이 계속됐지만 승선 인원이 370여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어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이탈리아 세관 경찰의 헬기 조종사는 “사고 해역에는 3m가 넘는 파도에 30노트(초속 15m)의 강풍이 몰아쳤으며, 파도에 떠다니는 수십명의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들의 주검도 있었다”고 사고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배에 탔던 난민 대다수는 방글라데시·차드·나이지리아·소말리아 등 최빈국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로,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럽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 참변을 당했다. 국제이주기구 직원인 시모나 모스카렐리는 “생존자들은 ‘특히 블랙 아프리칸(아프리카 흑인)들에게 리비아에서의 삶이 견딜 수 없을 정도였으며, 그래서 리비아를 탈출해야 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올 초부터 아랍권 전역에 몰아치고 있는 민주화 혁명의 불길은 가난한 이주노동자들과 유럽 각국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바로 불법이민과 난민 문제다.
특히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북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는 초비상이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리비아 내전 이후 지금까지 한달새 40만명이 넘는 난민이 리비아를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다수는 인접국인 이집트와 튀니지로 몰렸지만, 상당수는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최근 몇 주 동안에만 2만여명의 난민이 몰려왔으며, 람페두사섬에도 6000여명이 들어왔다. 섬에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바다로 사라진 사람도 750여명에 이른다. 길이 11㎞, 폭 3.2㎞에 주민 4500여명이 사는 작은 섬이 때아닌 난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람페두사섬의 임시 난민캠프의 수용능력은 750여명에 불과하다.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하고 위생환경이 열악한데다 현지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면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주 일부 난민을 시칠리아 본섬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데 이어, 6일에는 튀니지에서 건너온 난민들에게 6개월짜리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간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보장한 셍겐 조약 때문에 불법이민자가 몰려들 것을 우려한 프랑스는 발끈하고 있다. 람페두사섬은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주목받아 1860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부속도서로 편입되기까지 각 세력의 침략이 되풀이되던 곳이다. 이제 이곳엔 유럽국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려 하는 난민들이 밀려들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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