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베이커 전 국무장관 “리비아 개입 중단” 촉구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와 제임스 베이커가 10일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이 세계의 경찰일 수가 없다”며 “군사력은 미국의 국가적 이익이 위험에 처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군 개입 근거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이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지지해야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이 걸렸을 때만 개입해야 한다”며 “리비아 사태는 미국의 국익에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인도주의적 이유’가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 군사 개입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모든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군사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며 “시리아, 예멘, 알제리, 이란은 어떻게 하고, 미국과 강한 연대를 맺고 있는 바레인,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대량학살이 진행되는 코트디부아르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외교에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는 함께 가야한다”며 향후 중동 사태에 대한 외교정책의 잣대로 ‘실용적 이상주의’를 제시했다. 이들은 리비아 사태로 이란이 핵개발을 서두를 수 있다며, 이번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불량 정권들의 핵확산 가능성 및 이슬람 극단주의의 등장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 개입시 고려해야 할 6가지 가이드라인으로 △분명하고 명확한 목표 설정 △각국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 △미국이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의회를 포함한 (미국) 국내적 지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검토 △확고하고 분명한 미국의 국익 등을 들었고, 특히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73~77년, 베이커 전 장관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89~92년 각각 미 국무장관직을 맡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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