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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다섯달만에 내전 끝난 코트디부아르…정파·종교 갈등 여전…통합 ‘안갯속’

등록 2011-04-12 20:36수정 2011-04-12 21:50

그바그보쪽…무장해제·승복 여부 불확실
우아타라쪽…대량학살 의혹 속 정통성 시비
“날 쏘지 말라!”

11일 오후 코트디부아르의 행정수도 아비장의 대통령궁에서 다급한 외마디가 터져나왔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열흘 가까이 버티던 지하벙커에 알라산 우아타라 당선자 쪽의 반군이 들이닥치는 순간이었다. 그바그보는 체념한 듯 순순히 체포에 응했으며, 반군 지휘관들은 그바그보에 방탄조끼를 입힌 채 에워싸고 우아타라의 사령부로 압송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불복종 사태로 촉발됐던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은 그렇게 다섯달 만에 막을 내렸다.

우아타라는 이날 저녁 반군쪽의 <테세이>(TCI) 방송 연설에서 “우리는 역사의 고통스런 한 페이지를 넘겼다”며, “지지자들은 총을 내려놓고 모든 폭력과 보복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우아타라는 그바그보와 측근들을 재판에 넘기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기구를 꾸려 그바그보 쪽의 모든 범죄와 인권침해를 조사할 것도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며 그바그보의 체포를 환영하고 새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과 프랑스군의 개입으로 공식적인 내전은 끝났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정파와 종교, 지역간의 뿌리깊은 갈등과 긴장의 불씨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각각 남부 기독교 세력과 북부 이슬람교 세력을 대변하는 그바그보와 우아타라의 추종 세력이 팽팽하게 갈리는데다, 내전 과정에서 대량학살이 자행되는 등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그바그보 지지 병력이 무장을 해제할지, 지난 대선에서 46%에 이르는 그바그보의 지지자들이 패배에 승복할지도 불확실하다.

우아타라 반군 쪽이 서부 두에쿠에 지역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진데다, 우아타라가 외국군의 무력개입에 힘입어 정권을 잡게 된 것도 향후 정통성 시비는 물론 전쟁범죄 책임론으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실(UNHCHR)의 이반 시모노비치 사무차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우아타라와 그바그보의 군대가 마지막 결전을 벌이기 전인 지난 주말에 이미 400구 이상의 주검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엔은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사망자 집계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날 그바그보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투 벤수다 차석검사는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범죄행위이며, 우리는 그바그보를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우아타라 쪽도 두에쿠에에서 800~10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단체의 제오프리 로버트슨 변호사는 12일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그바그보가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 있지만, 우아타라의 군대도 성폭행과 학살혐의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역설적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자인 그바그보만 기소될 경우 양쪽의 분쟁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군이 유엔안보리 결의 수준을 넘어 그바그보 체포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도 민감한 문제다. <로이터> 통신은 그바그보가 체포되기 전날밤 내내 프랑스군과 유엔군 헬기가 대통령궁을 공습한 데 이어, 11일 오전에는 프랑스군 장갑차 30여대가 대통령궁으로 진격해 우아타라 반군과 합류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프랑스군과 우아타라 쪽은 그바그보를 체포한 것은 우아타라 군대라며, 프랑스군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랜 내전으로 아비장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음식과 물, 전기, 의약품 등이 크게 부족한 것도 인도주의적 위기 사태를 우려하게 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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