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라덴
이슬람권 각지 무장세력 인수…지부들 독자 작전
‘민주화 시위 혼란 타고 보폭 넓힐 것’ 예상 현실화
반테러 전선 예멘, 알카에다 확장 최적지로 부상
‘민주화 시위 혼란 타고 보폭 넓힐 것’ 예상 현실화
반테러 전선 예멘, 알카에다 확장 최적지로 부상
“알카에다 본부, 즉 빈라덴과 그 동료들이 아프간-파키스탄의 산악 지역에서 현저하게 약화됐다는 것이 우리 정보 당국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들이 9·11 같은 형태의 작전을 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미국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 현황을 이렇게 밝혔다.
비슷한 시기 튀니지의 한 노점상 분신으로 시작된 아랍세계의 민주화 시위는 알카에다에 대한 이런 견해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도도한 민주화 시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동·북아프리카 민중들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폭력과 극렬투쟁에 의존하는 알카에다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은 리비아 전쟁이 수렁에 빠지고, 예멘 등 친서방 중동 국가에서의 민주화 시위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오히려 아랍 민주화 시위 발발 초기의 우려, 즉 소요와 혼란 속에서 알카에다가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3월 초부터 미국 정보 당국에는 예멘에 있는 알카에다 지부가 테러를 감행할 수준에 근접하는 것 같다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정보들이 비록 단편적이고 공개적 경고를 내리기에는 부족하나, 알카에다의 최대 지부인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의 활동은 일상적인 테러 정보 수준을 넘는다며, “현존하고 우려스러운 위협”이라고 보도했다.
대테러 전문가들도 바이든이 지적했던 알카에다 현황을 일면의 진실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알카에다 본부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고립됐으나, 알카에다는 9·11 이후 이슬람 전역의 무장조직들을 ‘인수·합병’하며, 본부보다는 지부들이 그 핵심 역량이 된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최근 미 정보 당국들이 알카에다 경보를 다시 울리게 된 예멘의 상황은 오래전부터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예멘에 둥지를 튼 에이큐에이피는 2009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파 기도 사건, 지난해 10월 시카고행 화물 비행기에 실린 프린터 카트리지에 장착된 폭탄, 텍사스 포트후드 총격사건 등에 연루됐다고 정보 당국들은 분석한다. 이 때문에 예멘은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에 이은 최대의 대테러 전선이 되어왔다.
미국은 75명의 특수부대 교관과 수많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파견해 예멘의 반테러 부대들을 훈련시켜왔다. 또한 영국 특수부대와 정보요원, 사우디아라비아 요원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예멘의 반테러 부대들의 작전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런 작전들은 현재 전면 중단돼 있다. 대테러 전쟁의 동반자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최근 반정부 시위로 곤경에 몰리자, 대테러 전쟁에 동원된 부대를 살레 정권 옹호를 위해 수도 사나로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살레 정부의 반테러 전쟁 중단으로, 이미 예멘에 은거하던 알카에다 전사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예멘 출신의 알카에다 최고 선동가인 안와르 알아울라키는 이달 초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최근 중동 민주화 시위를 이용해 중동의 전제정권을 타도하자는 성명을 냈다. 예멘에서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샤브와 및 자아르 지역에서는 수도 사나에서의 시위와는 다른 양상의 소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게다가 예멘의 상황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미 정보당국은 밝히고 있다. 반테러정보 전문가 리어 패럴도 최근 <포린 어페어스>에 ‘알카에다는 어떻게 활동하나’라는 기고를 통해 그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9·11 테러 이후 높아진 위상을 이용해 자신들보다 더 역량이 있고 인원이 많은 이슬람 지역의 현지 무장조직들을 자신의 기치 아래 통합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역량은 사실상 이제 지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지부들은 현지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관할지 밖 작전은 알카에다 본부의 지시와 허락을 통해 수행한다. 알카에다 본부는 조정 능력을 통해 위상을 유지하며, 실질적 역량을 가진 지부들이 이슬람 전역에서 사실상 알카에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부가 에이큐에이피이고,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이끄는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 이라크의 ‘자마아트 앗타우히드 왈지하드’, 알제리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 리비아의 ‘리비아 이슬람 전투그룹’ 등도 강력한 지부로 꼽힌다. 민주화 시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특히 미국이 예멘과 바레인 등 친서방 정권을 옹호하는 사이에 알카에다는 입지를 더 넓힐 것이라고 테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0년대 미 중앙정보국의 빈라덴 추적팀장 마이클 슈어는 “많은 서방 당국자들이 영어가 가능한 서방화된 시위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춰, 중동의 시위사태를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르단의 이슬람 전사 아부 칼레드도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대중들의 실망을 딛고 승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와 다른 나라들에서 결국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겠는가? 수많은 실망한 시위자들만이 남을 것이고, 그때가 바로 유일한 대안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확신한다. 그때 바로 우리들의 손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미국과 살레 정부의 반테러 전쟁 중단으로, 이미 예멘에 은거하던 알카에다 전사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예멘 출신의 알카에다 최고 선동가인 안와르 알아울라키는 이달 초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최근 중동 민주화 시위를 이용해 중동의 전제정권을 타도하자는 성명을 냈다. 예멘에서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샤브와 및 자아르 지역에서는 수도 사나에서의 시위와는 다른 양상의 소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게다가 예멘의 상황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미 정보당국은 밝히고 있다. 반테러정보 전문가 리어 패럴도 최근 <포린 어페어스>에 ‘알카에다는 어떻게 활동하나’라는 기고를 통해 그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9·11 테러 이후 높아진 위상을 이용해 자신들보다 더 역량이 있고 인원이 많은 이슬람 지역의 현지 무장조직들을 자신의 기치 아래 통합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역량은 사실상 이제 지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지부들은 현지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관할지 밖 작전은 알카에다 본부의 지시와 허락을 통해 수행한다. 알카에다 본부는 조정 능력을 통해 위상을 유지하며, 실질적 역량을 가진 지부들이 이슬람 전역에서 사실상 알카에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부가 에이큐에이피이고,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이끄는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 이라크의 ‘자마아트 앗타우히드 왈지하드’, 알제리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 리비아의 ‘리비아 이슬람 전투그룹’ 등도 강력한 지부로 꼽힌다. 민주화 시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특히 미국이 예멘과 바레인 등 친서방 정권을 옹호하는 사이에 알카에다는 입지를 더 넓힐 것이라고 테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0년대 미 중앙정보국의 빈라덴 추적팀장 마이클 슈어는 “많은 서방 당국자들이 영어가 가능한 서방화된 시위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춰, 중동의 시위사태를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르단의 이슬람 전사 아부 칼레드도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대중들의 실망을 딛고 승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와 다른 나라들에서 결국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겠는가? 수많은 실망한 시위자들만이 남을 것이고, 그때가 바로 유일한 대안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확신한다. 그때 바로 우리들의 손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