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서 3번째로 물러날 듯
알리 압둘라 살레(65)는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을 이룬 예멘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앞서 북예멘 대통령직까지 포함하면 33년째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장기집권이다. 그런 그도 3개월째 이어지는 예멘 민중의 민주화 시위 앞에 결국은 물러날 뜻을 밝혔다. 실제로 그가 퇴진하면, 지난 1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2월 이집트 혁명에 이어 아랍 민중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는 세번째 집권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살레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군에 입대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14살 때 사관학교에 들어간 데 이어 31살 때 제3의 도시 타이즈의 군정관으로 임명됐다. 이듬해인 1978년 6월 당시 아메드 빈 후세인 가시미 대통령이 암살되자 ‘4인 임시대통령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된 데 이어, 다음달 의회에서 대통령 겸 군최고사령관으로 선출되면서 32살의 나이로 최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살레는 강력한 통치력을 바탕으로 북예멘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1980년대 내내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면서 혼란에 휩싸인 남예멘을 1990년 사실상 흡수 통합하면서 통일 예멘의 첫 정상이 됐다. 통일 직후 남북 예멘 사이의 내전에서 다시 완승을 거두면서 명실상부한 절대권력을 장악했다. 1999년 첫 직선제 대선에서 7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장한 데 이어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살레는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최대 동맹국을 자임하고 지난 1월에는 종신집권을 추진하는 등 권력기반을 강화하려 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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