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화 시위 취재 봉쇄
페이스북 등서 전세계 중계
미국, 폭력진압 제재 검토
페이스북 등서 전세계 중계
미국, 폭력진압 제재 검토
지난 23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한 가정집. 시리아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해 이웃나라에 머물고 있는 사이버 활동가 라미 나클리(28)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에 올라온 조국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은 물론 리비아 내전까지도 <시엔엔>(CNN)과 <알자지라> 등 전세계 언론이 현지에 들어가 생생한 영상과 상보를 전하고 있지만, 시리아는 다른 나라 언론들의 취재가 원천봉쇄돼 있다. 그러나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사이버 전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시리아 민중의 대규모 시위와 보안군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의 실상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달되고 있다. 언론매체의 취재·보도가 차단된 상태에서, 인터넷은 시리아 상황을 바깥으로 알려주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수주 동안 중동과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사이버 활동가들이 수백대의 위성전화와 휴대전화, 모뎀, 노트북 컴퓨터 등 첨단 정보통신 장비들을 시리아로 밀반입했다고 전했다. 그들이 촬영한 시위 상황 동영상들을 시리아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이메일이나 모뎀 전화선으로 전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혁명’(The Syrian Revolution 2011)이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25일 오후 현재 180여개의 동영상과 1700여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120여명이 숨진 최악의 유혈진압이 폭로된 것도 이같은 사이버 활동가들의 힘이었다.
시리아 정권은 현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가 대통령이던 1982년 2월 남부 소도시 하마에서 전투기까지 동원해 이슬람형제단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4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명을 무차별 학살한 전례가 있다. 당시 참극은 철저한 언론통제로 한동안 감춰졌으나, 지금은 단 10분도 감추거나 왜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의 중동학자인 조슈아 랜디 교수는 “이들 사이버 활동가들은 정권과의 힘의 균형을 손가락으로 완전히 뒤집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 보안군이 25일 요르단과의 국경을 폐쇄한 뒤 시위대 거점도시인 다라 지역을 급습해 최소 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토미 비에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폭력적 진압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밀 제재 방안을 포함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정책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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