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m 땅굴 파 500명 도망
아프가니스탄 감옥에서 탈레반 조직원 등 500여명이 땅굴을 이용해 탈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프간 판 ‘쇼생크 탈출’이라고 부를만 하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현지시각 24일 밤 11시께부터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사르포자 교도소에서 수감자 1200여명 중 500여명이 320m 길이의 땅굴을 통해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그 대다수가 탈레반 조직원들로, 이튿날 새벽까지 남쪽 담장 밖으로 이어진 굴을 이용해 탈출했으나 발각되지 않았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교도소 쪽은 달아난 476명 중 8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탈출극은 탈레반이 용의주도하게 꾸민 일로 보인다.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외신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탈레반 군사 간부 106명을 비롯한 조직원 541명이 탈출에 성공했으며 “모두 무사하게 본부로 귀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감자들이 교도소 안에서 땅을 팠다고 말했으나, 또다른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울라 무자히드는 밖에서부터 굴을 파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무자히드는 4시간가량 걸린 탈출이 발각될 것에 대비해 자살 폭탄테러를 준비한 대원들이 교도소 주변에서 대기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은 수감자들이 오래된 관개수로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탈레반의 대담함과 함께 아프간 당국의 무기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탈주가 벌어진 사르포자 교도소에서는 2008년 6월 탈레반이 폭탄을 실은 트럭으로 출입문을 파괴한 뒤 900여명을 탈출시켰었다. 칸다하르 치안당국은 그 사건 뒤 교도소 보안을 강화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법에 당했다.
칸다하르는 탈레반운동의 발원지여서 ‘탈레반의 고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다국적군의 탈레반 소탕전도 대대적으로 전개돼 왔다. 지난 15일에는 정부군 복장을 한 탈레반 조직원의 자살 폭탄테러로 칸다하르주 경찰청장이 숨졌고, 1월에는 칸다하르주 부지사가 폭탄테러에 희생당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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