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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갈림길에 선 시리아 아사드

등록 2011-04-26 20:32

유혈진압이냐 명예퇴진이냐 갈등 속 또 시위대 학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26일 새벽,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와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마을 등 3곳에 탱크를 앞세운 수천명의 군인과 저격수들이 들이닥쳤다. 바샤르 아사드(46) 정권의 군대가 반정부 시위대의 거점 지역들을 한꺼번에 덮친 것이다.

<에이피>(AP)통신 등 외신들은 “군인들이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총을 쐈으며, 총칼로 무장한 보안군들이 집집마다 수색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다라에서만 최소 39명이 숨졌고 체포된 시민들만 5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리아 군부는 그러나 ‘극단주의 테러 조직’들을 몰아내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대 학살은 미리 전기와 수도, 휴대폰 통신을 차단하고 도시 외곽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60~70대인 아랍권의 지도자 중 유일하게 40대 젊은 세대인 바샤르 아사드는 애초 다마스쿠스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안과 전문의 과정을 연수한 유학파다. 2000년 당시 대통령이던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대선에 출마해 압도적 지지로 권력을 승계했다. 시리아 안팎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서구화된 지도자의 등장으로 개혁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거센 민주화 요구에 인근 독재정권들이 ‘도미노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아사드도 ‘명예퇴진’과 ‘초강경 진압’의 기로에 놓였다. 이미 지난 주말에만 유혈진압으로 120여명이 숨지는 등 석달 동안 300여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최근 아사드는 엇갈리는 신호들을 동시에 내보였다. 지난주에 48년째 시행돼온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개헌을 약속하는 한편으로, 최악의 무차별 유혈진압을 병행한 것이다. 쟝피에르 필리우 미국 컬럼비아대 교환교수는 25일 <뉴욕타임스>에 “아사드가 ‘진실을 드러낼 순간’을 맞았다”며 “그가 집권 바트당 차원의 개혁을 요구할 잠재적 능력은 있지만, 그럴 의지가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시리아는 튀니지나 이집트와 달리 종교적·인종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1971년 하페즈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아사드 집안의 40년 독재가 무너진 뒤 엄청난 보복과 권력 다툼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혼란은 인근 중동국가에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개입 가능성, 시리아에 본부를 둔 강경 이슬람 정파 헤즈볼라의 득세, 시리아의 핵시설을 기습 폭격하기까지 했던 이스라엘의 경계심 등 심각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만큼이나 미국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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