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호감도 89%…차기 유력
이집트인 절반 이상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주요 축 역할을 해온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의 무효화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이집트인 1000명을 대면조사한 결과, 54%가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의 무효화를 원한다고 응답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 협정의 유지를 바라는 응답자는 36%였다.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1978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된 내용(캠프데이비드협정)을 기초로 한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충돌해 온 양국 관계의 정상화가 핵심 내용이다. 이집트는 아랍 국가들 중 최초로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대신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빼앗긴 시나이반도를 되찾았다. 무하마드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함께 수상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굴욕으로 여긴 강경파가 1981년 군사퍼레이드 중 사다트를 살해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실권한 이후 이집트의 민심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다트의 사망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무바라크는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을 존중해왔다. 하지만 이집트인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 인정을 약속한 캠프데이비드협정의 정신을 지키지 않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편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에서는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89%의 호감도를 얻어 가장 유력한 인물임이 재확인됐다. 미국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선호도는 20%에 그쳤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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