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반미정권 곤경, 미국도 혼란”
이슬람 극단주의 억제 고민
이슬람 극단주의 억제 고민
전 CIA 국장의 솔직한 고백
곤경에 처한 중동의 반미성향 독재자들이 미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친미 독재자뿐만 아니라 반미 독재자들도 알카에다 등 무장 이슬람주의 세력의 봉쇄에 미국과 이해를 같이한 ‘두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어쩌면 가장 ‘솔직한’ 미 관료일지 모르겠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 국장이던 헤이든은 26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이 대테러전에서 했던 역할을 평가하며 미국의 이중적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이날 워싱턴 인근 해병대대학교 강연에서 중앙정보국이 카다피와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과 함께 일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카다피와 쿠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들은 좋았고, 좋은 반테러 동반자였다”고 회고했다. 카다피의 몰락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헤이든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역시 대테러전에 선택적인 협력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가 시아파 과격분자들을 지원하긴 했으나 수니파 이슬람 무장대원과의 싸움에서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헤이든은 “두 경우 모두, 단기적 틀에서 보면 임박한 (테러와의) 전쟁을 더 어렵게 만들 실질적인 당장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카다피와 아사드의 곤경이 중동에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봉기가 “알카에다가 전파하려는 극단주의가 뿌리박기 힘든 토양을 만들 것이지만, 지금부터 그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균형추 구실을 하는 지정학적 위상을 가진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미국의 골칫거리다. 시리아에 대한 제재 착수를 검토하면서도 리비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경우 더 과격한 정권이 출현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스라엘을 감안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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