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선언한 이슬람 강경파
오사마 빈라덴은 숨을 거두고 나서도 극단적으로 상반된 반응으로 서구와 이슬람 세계의 틈을 벌리고 있다.
이슬람 강경파는 반미 투쟁의 상징인 빈라덴의 죽음에 상실감을 표현하면서 복수를 공언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2일 보복을 공언했다고 보도했다. 에사눌라 에산 파키스탄 탈레반 대변인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과 정부군이 우리의 우선적 표적이고 미국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슬람 무장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오사마는 숨졌을지 모르나 그의 성전 메시지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등 반서구 투쟁의 지속을 다짐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또다른 이는 “제발 (빈라덴이 사살됐다는) 뉴스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한다”며 “미국인들이여, 당신들의 목을 치는 게 우리에게는 아직 정당한 일”이라고 적었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교도소 대탈옥 사건 때 탈출한 한 탈레반 간부는 <가디언>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에서 오사마는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그의 사살 소식을 접한 무슬림들이 미국인들과의 싸움에서 우리 편에 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파키스탄 주재 대사로 근무하다 관타나모수용소에 갇히기도 했던 압둘 살람 자에프는 “미국인 등 비무슬림들한테 무슬림이 순교를 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치열한 추격전에서 살아남았던 빈라덴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알카에다의 최대 지부인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의 한 조직원은 “(빈라덴의 죽음은) 우리한테는 재앙”이라며 “처음에는 그 소식을 믿지 않았지만, 파키스탄의 우리 형제들이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서구 국가 정부들과 사우디아라비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터키·이스라엘 등 중동·서남아시아의 미국 동맹국 정부들은 빈라덴의 제거를 반기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우리의 땅이 다른 나라에 대한 테러에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큰 승리”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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