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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빈라덴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록 2011-05-09 20:05

아프간 전문가 유수프자이
아프간 전문가 유수프자이
알카에다 2인자 조직력 약화
탈레반은 정치적 협상 기회 봐
[기고] 아프간 전문가 유수프자이

파키스탄의 유력 일간지 <더뉴스> 국제부문 편집장인 라히물라 유수프자이(사진)가 9일 오사마 빈라덴의 피살과 관련한 현지 분위기와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 등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유수프자이는 빈라덴을 직접 인터뷰한 흔치 않은 언론인이며,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물라 오마르도 10여차례 이상 인터뷰하는 등 아프간·탈레반 문제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군 특수부대에 의한 오사마 빈라덴 사살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빈라덴을 찾아내는 데 15년이나 걸렸지만 자신들의 ‘공공의 적’ 1호를 끝까지 추적, 살해해 힘을 과시했다. 알카에다의 창설자인 빈라덴은 1996년 이래 미국의 수배를 받아왔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 8월 미군은 아프간 코스트 지역에 있던 빈라덴의 캠프에 무려 80여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빈라덴을 살해하려고도 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빈라덴은 전세계의 1급 수배자가 됐다.

그러나 결국엔 거대한 군사력보다는 공들인 정보전과 정교한 무기들을 이용해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해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대테러 활동에서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들을 사용한 치안 유지는 민간인 피해를 유발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바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향후 파키스탄-미국 관계는 불편해지고 불신도 깊어질 것이다. 미국에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다른 최고위급 지도자들도 파키스탄에 숨어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들이 생겼다. 파키스탄 쪽이 불쾌해하는데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대 정보가 있을 경우엔 또다시 일방적 행동을 명령할 수 있음을 분명히했다.

파키스탄의 또다른 걱정거리는 군부의 무능력이다. 파키스탄 군부가 미군 헬리콥터들이 영공에 들어와 40분간이나 빈라덴의 은신처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고 유유히 돌아갈 때까지 미군의 움직임을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국민들은 자국의 핵시설들도 그런 식으로 쉽게 파괴될 수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게 됐다.

빈라덴의 죽음은 알카에다에 대한 커다란 타격이다. 알카에다는 이미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미군과 파키스탄이 벌인 군사, 첩보 작전으로 약해져 있다. 알카에다 조직원 1명을 체포하면 또다른 1명의 체포로 이어진다. 그런 식으로 빈라덴까지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다.


게다가 최근 몇달 새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면서 알카에다의 폭력 노선이 힘을 잃었고 빈라덴은 정치적으로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됐다. 평화적 방법으로 정치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의사 출신으로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조직을 단합시키기보다 분열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졌다. 자와히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시에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빈라덴을 순교자로 묘사하면서 새 조직원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잘 조율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조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프간의 탈레반은 빈라덴의 죽음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의 투쟁에 대한 알카에다의 기여는 보잘 것이 없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아프간에 남아있는 알카에다 조직원은 채 50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탈레반은 빈라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도 있다. 빈라덴이 탈레반과 미국의 대립을 유발했고 급기야 2001년에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몰락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빈라덴의 죽음은 아프간전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탈레반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사실이 탈레반과 미국의 협상을 가로막은 장애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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