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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랍 혁명의 기운, 이스라엘 ‘국경’도 위협

등록 2011-05-16 21:31수정 2011-05-16 23:42

팔레스타인 난민·지지자, 이스라엘 건국일 ‘귀향 투쟁’
페이스북 통해 동시다발적 봉기… 골란고원 국경 뚫려
군 발포 15명 사망… “시리아, 관심 돌리려 월경 조장”
‘아랍의 봄’이 이스라엘 국경 철조망에까지 당도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르는 이스라엘 건국기념일인 15일,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난민들이 일제히 지금은 이스라엘 영토인 팔레스타인 땅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3차 인티파다(봉기)로도 불린 이들의 ‘귀향 투쟁’은 총구 앞에서 다시 좌절당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가 아랍세계 모순의 핵심임을 다시 선언하는 기회가 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된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그 지지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월경을 시도했고, 골란고원에서는 국경을 돌파해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총격을 가해 시위대를 국경 너머로 되돌려보냈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뺏은 이래 중경비구역인 이곳이 뚫린 것은 처음이다.

월경 사건은 이날 낮 수천명이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그중 수백명이 갑자기 철조망을 넘어서 이스라엘 쪽 도시 마즈달샴스로 쏟아져 들어갔다. 시위대는 마즈달샴스 시가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깃발과 시리아 신분증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이스라엘과의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서도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 검문소 두 곳에 각각 수백에서 1000여명의 난민이 몰려왔다. 역시 탱크까지 배치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각각 100명 안팎의 부상자가 나왔고, 이스라엘군 저격수의 총에 1명이 숨졌다. 이로써 이날 ‘귀향 투쟁’ 중 숨진 사람은 모두 15명에 달했다. 요르단 대학생 수백명은 요르단강을 건너 서안지구로 가려다 현지 경찰과 충돌했고, 이집트 카이로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도 1000여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시도는 ‘나크바 투쟁’ 중 가장 격렬하고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놀라게 만들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에서 쫓겨난 수십만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후손들은 최근 몇년간 ‘나크바’ 항의 집회를 열어왔으나 이번처럼 대담한 시도를 하지는 않았었다. 자국 독재자들에게 향하던 아랍세계의 저항 물결이 이스라엘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반독재 시위의 기세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고무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특히 골란고원 국경이 잠시나마 뚫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아비탈 레이보비치는 “시리아 정권이 자국 시민들에 대한 잔혹한 진압으로부터 국제적 관심을 돌리려고” 월경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경과 주권을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모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성난 아랍권 민심이 이스라엘 국경을 사방에서 위협한 사건은 오는 19일 새 중동 정책 구상을 발표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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