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땅양보’ 쉽지않고 팔도 ‘비무장화’ 수긍 어려워
“진실을 말해야 한다. 현상 유지는 불가능하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1967년 이전 국경은 방어가 불가능하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맹방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틈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경을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 이전, 즉 1949년 이스라엘-아랍 휴전협정 때로 되돌리자는 제안이 이스라엘에 던진 충격파는 그만큼 크다. ‘1967년 경계’는 실현이 가능할까?
이스라엘은 즉각 행동으로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 중동정책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인 20일 이스라엘 내무부는 피스가트 제에브, 하르 호마 등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지역에 주택 1550채 규모의 정착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2건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게다가 정착촌 건설 승인은, 네타냐후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20일 워싱턴 회담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몇시간 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을 너무 몰아붙인다’고 항의했고, 연설 직전까지 ‘1967년’을 빼라는 이스라엘의 로비가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쪽에서 보면 미국 대통령이 ‘1967년 경계’를 분명히 지지한 것은 고무적이다. 미국과 적대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구호에 그치지 말고 분명한 조처를 취하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어느 정도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언은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 뒤늦게 합류했다는 의미도 있다. 서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더 보조를 맞추게 됐고, 이제 이스라엘만 빼고는 ‘1967년’에 공감대를 형성한 게 된다.
하지만 다른 모든 당사자나 관련국이 갈망해도, 평화협상 당사자이면서 중동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지닌 이스라엘이 수긍하지 않는 한 어떤 구상도 열매를 맺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1967년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온전히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무수한 이스라엘 정착촌들이 있고 이스라엘군 수만명이 깔려 있다. 미국이 이런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팔레스타인 자치지역과 레바논 등을 공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여기에는 미국의 비호와 방조가 한몫을 했다.
이스라엘 로비세력이나 친이스라엘 인사들의 반격도 예상된다.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버스 밑으로 던져넣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대목들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점도 그의 상황 타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1967년 이스라엘 점령지 중 동예루살렘만은 ‘반환’이 아니라 ‘협상’ 대상이라고 한 것이나, 팔레스타인 국가를 비무장 상태로 만들자는 구상도 팔레스타인 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30여만명까지 불어난 서안지구 정착촌들의 이스라엘인들 문제도 큰데, 오바마 대통령은 “땅 교환”으로 해결하자는 정도의 아이디어만 내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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