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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살레 퇴진거부…내전 치닫는 예멘

등록 2011-05-27 20:42

정권 친위군-반정부 부족세력, 수도서 격렬 시가전
주민 수천명 피난길에…미·영 외교관도 일부 철수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65) 정권과 반정부 시위세력의 충돌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살레 대통령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중재 노력을 세 번씩이나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살레 정권 친위군과 살레에 반대하는 부족 무장세력이 수도 사나에서 27일로 닷새째 격렬한 시가전을 벌였다. 기관총과 박격포까지 동원한 교전으로 지금까지 최소 110명이 숨졌고 주민 수천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예멘에서 영향력이 큰 하시드 부족 연맹은 26일 살레 대통령에게 퇴진하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란 최후통첩을 했다. 살레 대통령은 퇴진을 거부하고 반정부 부족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하시드 부족의 지도자 사디크 알아흐마르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살레는 거짓말쟁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살레는 맨발로 예멘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사태가 점차 리비아 내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예멘 시민들은 올 초 이집트와 튀니지 혁명에 힘입어 넉달째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여왔으나 살레 정권은 탱크까지 동원한 무차별 유혈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800여명의 시민이 숨졌다는 집계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25일 예멘 주재 대사관의 필수 인력을 뺀 외교관과 가족들의 철수령을 내린 이어, 26일 영국도 자국 외교관들 일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하시드 부족과 살레 정권과의 관계는 최근 2년새 급속히 악화됐으며 이는 예멘의 살레 정권과 사우디 왕정이 테러와의 전쟁과 국경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사디크 알아흐마르의 동생인 하미드(44)는 예멘의 대부호 기업인이자 야당 정치인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기도 하다.

예멘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거점인데다, 아라비아반도 최남단의 홍해 입구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예멘을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동맹국으로 여기고 연간 3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도 20억달러를 예멘에 지원하며 테러 확산을 막으려 애써왔다. 그러나 수도 사나와 주변 일부 지역을 빼곤 살레 정부의 통제력이 거의 미치지 않을 만큼 정정 불안이 극심하다.

예멘이 ‘실패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서방과 사우디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극심한 무정부 상태와 치안 공백이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의 활동 공간을 넓혀줄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6일 “미국은 안정되고 통일된 예멘과 살레의 퇴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예멘의)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개탄한다”며 살레 대통령에게 “평화롭고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 서방은 그러나 예멘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제재 조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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