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로 알카에다 공격…친미 정권 붕괴땐 작전 차질 우려
미국이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사실상 내전 상태인 예멘에서 비밀리에 군사작전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예멘에서 무인공격기와 전투기까지 동원해 알카에다 및 연계 무장세력에 대한 비밀전쟁을 강화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미국은 현지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 부족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예멘에서의 군사작전을 1년 가까이 중단했으나, 최근 정보기관들의 전자 도감청과 첩보원들의 활동에 힘입어 군사작전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예멘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거점이자 홍해의 길목에 자리잡은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 동맹국이기도 하다.
예멘에서의 미국의 군사작전은 국방부 소속 특수전 합동사령부가 주도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께에는 미국 태생의 이슬람 무장투쟁 전략가이자 선동가인 안와르 아울라키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나 실패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미국 전투기들이 알카에다의 군사 지도자인 아부 알리 하리티를 공습해 살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4명도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리는 <뉴욕 타임스>에 “예멘에서 활동중인 알카에다 조직이 다른 반정부 무장세력들과 섞이면서 갈수록 군사작전을 펼치기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미국은 33년 독재자인 친미 성향의 살레 정권이 무너질 경우 현지 군사작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럴드 파이어스타인 주예멘 미국 대사가 예멘 대통령 권한대행인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과 반정부 세력 지도부를 잇따라 만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세력의 공격으로 사우디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시 귀국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예멘에서 벌여온 군사작전의 실체는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도 일급비밀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이 알려질 경우 그렇잖아도 취약한 살레의 권력 장악력을 더욱 약화시켜 권력공백이나 무정부 상태가 초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레 정권은 그동안 미국이 예멘에서 벌여온 대테러 전쟁을 예멘 정부군이 수행하는 것으로 공식 발표해왔다. 독재정권의 권력 강화와 미국의 현실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전형적 사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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