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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국-탈레반 평화협상 시작됐다

등록 2011-06-19 21:53수정 2013-01-24 09:35

카르자이 “대리인 접촉 진행중”…미국도 시인
미군 철수 맞춰 아프간전 출구 찾기 본격화
탈레반 공세 더 격화…협상 우위 노린 전략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평화협상 접촉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7월부터 시작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에 맞추어, 아프간전 출구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상이 그들(탈레반)과 이미 시작됐고, 잘 진행되고 있다”며 “외국군, 특히 미국이 이 협상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내내 탈레반과 우리와의 평화협상이 있을 것”이라며 회담을 향한 움직임은 정부와 반군 인사들이 직접 만나는 단계로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대리인들이 접촉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19일 <시엔엔>(CNN) 방송에 다른 나라들과 협조 아래, 초보적인 수준의 접촉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정말로 탈레반을 대표하는지 판단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혀, 탈레반과의 접촉이 본격적인 회담으로 넘어가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은 올해 초 사망한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간·파키스탄 특사가 주장했고, 아프간전의 원인이던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 직후 그 필요성이 더욱 제기됐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위한 접촉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흘러나왔으나, 카르자이 대통령 등 고위급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타협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탈레반과의 대화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으로 탈레반이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가 됐다”며 “영국은 폭력을 포기하고, 테러그룹과 단절하고, 헌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반군들과 화해하고 재통합하는 아프간 주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7일 탈레반과 알카에다 단원들의 블랙리스트를 분리하는 조처를 취했다. 이번 조처는 탈레반의 목적이 서방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추구하는 알카에다와는 달리, 아프간에서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인정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진전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와 <비비시> 등은 풀이했다.

평화협상을 위한 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 탈레반의 공세는 더 격렬해지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평화협상 접촉을 밝힌 전후로 수도 카불에서는 대통령궁 인근의 경찰서 등 서너곳에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9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테러는 올해 들어 카불에서 일어난 최대 공격이다. <비비시>는 역설적으로 평화협상의 가능성이 클수록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탈레반이 협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고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아프간 미군 철수 임박

‘7월 철군 개시’ 오바마 약속 따라…규모·속도에 관측 엇갈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개시 시점인 7월이 다가오면서 철군의 폭과 속도에 대한 엇갈린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제거가 철군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에 자세한 철군 일정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다음달을 철군 개시 시점으로 못박으면서 2014년까지 철군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해왔기 때문에 곧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10만여명의 아프간 주둔군 감축 문제를 군 수뇌부와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을 필두로 한 국방부 쪽은 전황을 감안할 때 대규모 병력 감축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당장 줄일 수 있는 인원은 수천명 수준으로, 그보다 더 나가면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전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미군 쪽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미군 철군은 당분간 상징적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3만명을 증파하면서 내건 명분이 전쟁의 조기 종식인 만큼 ‘성의있는’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알카에다 조직이 상당 부분 와해됐다는 미국 정부 일각의 판단도 이런 예상의 근거가 된다. 지난해 이후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의 무인공격기 폭격과 지상작전으로 알카에다 주요 지도자 30명 중 20명이 제거된 것으로 미국 정부는 집계했다. 게다가 빈라덴의 제거로 ‘원조’ 알카에다는 크게 무력화됐고,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 등 지부 성격의 조직들은 아프간-파키스탄 전선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이제 미국의 고민은 탈레반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다룰 것이냐로 좁혀졌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명분이 빈라덴을 내놓지 않는 탈레반 정권 응징과 알카에다 추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카에다가 거의 와해되고 탈레반은 정권을 잃은 상황에서 미국이 전쟁을 계속할 동기는 크게 약화된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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