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발사…서방 ‘나중엔 핵탄두 실을것’ 우려
이란이 이르면 다음달에 원숭이를 태운 우주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이란 당국이 밝혔다.
하미드 파젤리 이란 우주개발국장은 지난 26일 “이란이 자체 제작한 우주 발사체 ‘카보시가르 5호’가 이란력으로 다음달인 모르다드(양력 7월23일~8월23일)에 중량 285㎏의 캡슐에 원숭이 한 마리를 태우고 우주로 발사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뉴스통신 <이르나>(IRNA)가 28일 보도했다. 파젤리 국장은 현재 원숭이 5마리가 로켓발사 때 생기는 엄청난 중력 압박, 급가속, 굉음, 진동 등을 견디는 적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 중 한 마리가 최종 선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보시가르 로켓은 지난 2009년 발사된 이란 최초의 자체제작 우주로켓 ‘오미드’의 개량형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기존보다 진전된 로켓기술을 개발했으며, 조만간 고도 3만5000㎞ 상공의 지구 궤도에 안착할 대형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오는 2017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는 우주개발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이란은 드라이아이스에서 산소를 생산하는 생명유지 캡슐을 실은 카보시가르 4호 로켓 발사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쥐와 거북을 각각 한 마리씩 태운 우주로켓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주 로켓의 동물 탑승 실험은 유인우주선 발사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옛소련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보스토크호 발사에 성공하기 4년 전인 1957년 11월 ‘라이카’라는 이름의 떠돌이 개를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우주에 보내는 실험을 했다. 지구 생물체 최초로 우주 구경을 한 라이카는 선실내 온도조정 시스템 고장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발사 수 시간만에 죽었다. 그 2년 뒤인 1959년에는 미국이 원숭이 2마리를 태운 우주선 발사와 귀환에 성공하면서 미-소간에 자존심을 건 우주개발 경쟁이 본격화했다.
이란의 우주로켓 기술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로켓 발사 기술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서방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이란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란 핵에 대한 서방의 우려는 최근 몇년새 잇따른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항공우주사령관은 28일 “이란이 사정거리 2000㎞가 넘는 미사일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이르나>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위대한 선지자 모하마드-6’로 명명된 대규모 기동훈련 이틀째인 이날 모두 14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이날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1200㎞,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120~700㎞ 거리에 있다”고 에둘러 경고했다. 그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적국은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 뿐이며, 이란의 미사일이 유럽 국가들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