퀭하니 까만 눈, 앙상한 갈비뼈, 젓가락처럼 야윈 팔다리….
소말리아의 아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땅도 말라붙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부 아프리카 지역을 덮친 최악의 가뭄과 기아 때문이다.
인접국 케냐의 다다브에 있는 유엔난민캠프에는 최근 날마다 2000여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몰려든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1일 전했다. 이날 현재 캠프에는 수용인원 9만명의 네 배가 넘는 38만여명의 재해난민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응급 구호를 받지 못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매일 수십명에 이른다.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난민이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400만명은 아사 직전이다. 유엔아동기금은 최소 200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상태에서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내전과 가난에 지친 영혼들이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10일 다다브 캠프를 찾은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소말리아의 현 상황은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며, 전 세계에 더 적극적인 행동을 호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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