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혈액 확보작전 실패…파키스탄, 협력 의사 체포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오사마 빈라덴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빈라덴이 은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위장 예방접종까지 벌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 요원들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알카에다 은신처로 밝혀진 곳에서 빈라덴의 한 수행원을 찾아내자, 이 지역 의사인 사킬 아프리디를 고용해 어린이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하도록 했다. 이에 의사 아프리디는 예방접종을 믿게 하려고 지난 3월부터 아보타바드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부터 캠페인을 시작해 빈라덴이 은신했던 교외 지역인 비랄 마을 외곽지역까지 확대해 나갔다. 이를 통해 간호사를 빈라덴의 집에 들여보내 빈라덴 아이들의 혈액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서 숨진 빈라덴 여동생의 디엔에이(DNA) 샘플과 비교해 빈라덴이 실제로 그곳에 사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가 알카에다 은신처로 접근할 수는 있었지만, 아이들의 디엔에이를 얻는데는 실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었다. 비랄 마을은 사람들이 잘 사는 지역인데 무료 예방접종을 받겠는가”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보기관은 지난 5월 미군의 공습으로 인한 빈라덴 사살 이후,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위장 예방접종 사실을 알아채고 미국 정보기관에 협력한 혐의로 아프리디를 체포해 조사중이다. 빈라덴 사살 이후 관계가 악화된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이번 아프리디의 체포로 인해 또한번 긴장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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