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대테러시설 폭로
모가디슈 정부건물 위장
테러용의자 구금·심문
“미 정보요원 30명 상주”
모가디슈 정부건물 위장
테러용의자 구금·심문
“미 정보요원 30명 상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비밀리에 대테러 전초기지와 비밀감옥을 완공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시사주간 <네이션> 인터넷판은 12일 “미 중앙정보국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공항 청사 뒤쪽의 넓은 땅에 최소 12개동의 건물을 짓고 높은 담장의 네 귀퉁이엔 감시탑까지 세운 대규모 ‘대테러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부시 정부 시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 비밀감옥을 두고 테러 용의자들을 불법구금한 채 조사한 적은 있으나, 오바마 정부가 국외에 비밀 시설을 두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시설은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샤바브를 겨냥한 것으로, 지난 3월께 완공됐다. 미국의 통제 아래 소말리아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으며, 공항에는 8개의 전용 항공기 격납고까지 두었다. 미 중앙정보국은 소말리아의 무장 정보요원들이 체포 및 전투와 같은 대테러 작전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미 중앙정보국은 또 소말리아 국가안보국 본부 건물 지하에 비밀감옥을 마련해 케냐 등 인접국에서 붙잡아온 테러 용의자들을 가둬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하감옥은 공식적으론 소말리아 국가안보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곳 직원들은 미국 중앙정보국으로부터 급료를 받으며, 구금자들도 미국 정보요원들이 직접 심문하고 있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미 정보당국의 한 관리는 12일 이 보도의 진위를 묻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미 중앙정보국은 소말리아에 어떠한 감옥과 심문시설도 두고 있지 않다”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네이션>은 미국 정부의 또다른 한 관리가 소말리아에 미국의 대테러 시설과 비밀감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미국이) 소말리아 정부와 강력한 대테러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밝혔다.
소말리아의 압둘카디르 모알린 누르 대통령실 장관도 “미국 정보요원들이 우리 정보요원들을 훈련시키며 함께 일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들이 나라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정보당국의 한 고위관리는 “모가디슈에 30여명의 미국 정보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소말리아 정보당국에 자문과 훈련을 제공한다”며 “소말리아 정보요원들은 미국으로부터 현찰로 200달러의 월급을 받는데 이는 재정적으로 큰 지원”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모가디슈에서 특수부대 작전 중 헬기들이 격추당하는 이른바 ‘블랙호크 다운’을 겪은 이후 현지 작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러나 소말리아에서 아덴만 건너편의 지척에 있는 예멘에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최근 몇년 새 적극적인 테러 활동에 나서자, 미국은 그 대응책으로 소말리아에 대테러 전초기지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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