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케냐 다바브 캠프 80%가 여자·어린이
젊은 남자들은 반군에 납치·징집 등 가족 생이별
기근에 지친 난민들 성폭행·폭력에 무방비 노출
젊은 남자들은 반군에 납치·징집 등 가족 생이별
기근에 지친 난민들 성폭행·폭력에 무방비 노출
지난 21일 케냐 다바브에 있는 유엔난민캠프. 최악의 가뭄과 기근을 피해 살 길을 찾아나선 소말리아 난민들이 입소 등록을 위해 끝도 없이 길게 줄을 섰다.
삐쩍 마른 젖먹이를 안은 야로이 시라트도 세 자녀와 함께 그 줄에 있었다. 그는 6남매의 엄마이지만, 남편과 자녀 둘은 곁에 없었다.
“얼마 전 남편이 제게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짐을 꾸리면 당신도 아이들과 함께 곧장 집을 떠나라’고 했지요. 남편이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한 사이에 이웃들이 피난길에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4~5년째 비 한방울 오지 않고, 이슬람무장조직 알샤바브가 구호단체의 도움을 가로막고, 기르던 소와 양들마저 죽기 시작하자 이젠 떠나야 할 때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난민 사태가 기약 없는 가족 생이별이라는 또다른 비극을 낳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다바브 난민캠프에는 22일 현재 수용능력을 4~5배나 초과한 40만명이 몰려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 곳 난민들의 80%는 여성과 어린이다. 나머지 남자들도 대부분 노인과 아이들일 뿐, 젊은 남자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 유목사회인 소말리아는 20년째 내전 상태다. 남편들은 최대 재산인 가축을 지켜야 하는데다, 어린 아들들이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들과 함께 고향에 남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12~18살의 소년들이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경우가 2006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소년병 강제동원은 정부군과 알샤바브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담당관인 앨리스 오켈로는 “알샤바브가 국경지대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가 피난길에 나선 소년들을 신입대원으로 강제징집한다”며 “(소말리아의) 남자들은 죽거나, 싸우거나, 남아서 가축을 돌보거나, 아니면 나중에 가족과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캠프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캠프 외곽까지 난민이 몰려들면서, 유엔의 감시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과 어린이들, 특히 고아들이 현지인들의 폭력과 성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의 베네딕트 고드리오 활동가는 “소말리아는 현재 인도주의적 위기일 뿐 아니라, 인권의 위기이자 어린이의 위기”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다바브에 난민캠프 증설, 임시학교 개설, 입양 프로그램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