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법정보다 넓어 선택”
정부, 강한 전시효과 노린듯
정부, 강한 전시효과 노린듯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이집트 대통령 등에 대한 재판이 3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는 재판의 방식도 눈길을 끌고있다.
이집트 법무부는 28일 시나이반도의 휴양지 병원에서 연금 상태에 있는 무바라크와 그의 두 아들, 전직 장관 등 10명에 대한 재판 일정을 제시하면서, 법정이 아니라 카이로 컨벤션센터에서 심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법무부 관리는 관영 <메나> 통신에 “법정보다 넓고 경비가 용이해” 컨벤션센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 등은 시위대 840여명 사망에 대한 책임과 부패 혐의를 놓고 재판을 받게 된다.
이집트 정부는 평소 상품 전시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에서 역사적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방청석 수백개를 바닥에 고정시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들어가는 금속 우리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집트 법정에서는 전통적으로 흰옷을 입은 피고인이 검은색 금속 우리 안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에이피>(AP) 통신은 이집트 정부가 컨벤션센터를 재판 장소로 선택한 것은 기술적 이유보다는 전시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현재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집트 군부가 무바라크 쪽을 대충 봐주고 넘어가려 한다는 불만이 비등하자 보여주기용 재판을 기획했다는 얘기다.
무바라크가 재판을 받을 컨벤션센터는 그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의 암살에 연루된 이슬람주의자들의 재판 장소로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30년간 복역하다 무바라크 정권 축출 이후 석방된 타레크 알주모르는 “무바라크가 내가 들어갔던 우리 안에서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령인 무바라크가 건강 상태 때문에 법정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