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장소·주검 등 미공개에
내부분열·내통설 소문 무성
평의회는 “카다피쪽 소행”
내부분열·내통설 소문 무성
평의회는 “카다피쪽 소행”
리비아 반군의 최고 지휘관이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반군 세력이 이런 사실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의 건물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리비아 반정부세력인 과도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압둘 잘릴 의장은 28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압델 파타 유네스(67·사진) 반군 총참모장과 경호원 2명이 이날 오전 반정부세력의 근거지인 벵가지로 오던 중 암살자들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네스의 갑작스런 피살 사건은 석연찮은 점들이 많아, 숱한 의혹을 낳으면서 리비아 사태의 앞날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유네스는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 현 국가지도자와 함께 무혈쿠데타에 참여한 이후 줄곧 카다피 정권의 핵심부에 있었으나, 리비아에서 반정부시위가 거세지기 시작한 지난 2월 내무장관직을 내던지고 반군 쪽에 합류한 인물이다.
잘릴 의장은 “유네스가 ‘군사적 문제’로 조사를 받기 위해 벵가지로 소환돼 오던 길에 친카다피 세력의 암살자들에게 피살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유네스의 주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주검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군사적 문제’의 구체적 내용과 암살 장소 등은 밝히지 않았다. 친카다피 세력의 소행이라는 것도 아직은 추정일 뿐이다.
더욱이 잘릴 의장이 ‘유네스 피살’ 발표를 시작한 지 불과 몇분 뒤, 기자회견이 열리던 티베스티 호텔 밖에선 느닷없이 콩 볶는 듯한 총성이 울리면서 총탄이 호텔 유리창을 깨뜨리고 날아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혼란스런 상황 속에 잘릴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기자회견을 끝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선 며칠 전부터 유네스가 잘릴 의장의 명령으로 체포됐다거나 심지어 피살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잘릴 의장은 이날 유네스의 피살 소문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반정부 세력 안에서 리비아 내전의 출구 전략과 권력 재편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네스가 ‘카다피 체제’에 복무했던 점 등에 반감을 품은 반군 내부의 정치세력이 그를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다.
유네스가 겉으론 카다피를 등졌지만, 뒤로는 협상을 해왔다는 ‘내통설’도 나온다. 유네스가 벵가지 남쪽으로 240㎞ 떨어진 도시인 브레가를 카다피 정부군으로부터 탈환하는 전투를 지휘해왔으나, 나토군의 집중적인 지원공습에도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근거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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