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원조식량 등 대량 유출 거래…WFP, 진상조사키로
심각한 기근이 발생한 아프리카에서 구호 식량이 조직적으로 빼돌려지고 구호품 착복이 큰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곡물시장과 난민촌 등을 취재한 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미국, 쿠웨이트 등 원조 기관과 국가 이름이 포대에 새겨진 식량이 대규모로 거래되고 있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소말리아는 가뭄으로 320만명이 식량 원조가 필요한 상태로, 최근 각국에서 구호식량이 답지하고 있다.
모가디슈 남쪽의 바드바도 난민수용소에서는 구호단체들이 건넨 식량을 기자들의 사진 촬영 뒤 걷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한 난민은 “(수용소 쪽이) 우리를 위해 식량을 보관해주겠다며 식량을 가져간다”며 “수용소에서 쫓겨날까봐 그런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가디슈 시장에서는 ‘구호품’이라는 마크가 찍힌 식량 수천포대가 공공연히 거래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소말리아 정부 관리는 최근 제공된 구호 식량의 절반 가량이 빼돌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가 구호 식량 배급 기관과 식량 판매상으로 역할 분담을 해 구호품을 대거 빼돌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현지 식품상들은 압둘카디르 모하메드 누르라는 상인과 많은 거래를 하는데, 그의 부인이 이끄는 단체가 세계식량계획(WFP)의 주요 계약자로 식량 배분에 참여하고 있다. 현지 관리는 누르의 부인이 운영하는 단체의 배급소들에는 애초 제공된 식량의 반 정도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에이피> 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진상 조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오랜 내전으로 질서가 무너진 소말리아에서 투명한 배분 시스템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소말리아에서는 2008년 이후 세계식량계획 직원 14명이 살해당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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