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넘은 ‘아랍의 봄’ 아사드·살레 턱밑 위협

서방 군사개입 가능성
‘반미 정권’ 몰락 국면
* 아사드 : 시리아 대통령 * 살레 : 예멘 대통령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아랍의 반미 권위주의 정권의 한축인 시리아의 바사르 아사드 정권과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 역시 카다피 정권의 붕괴 전야를 답습하고 있다. 올해 초 시작된 ‘아랍의 봄’은 튀니지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등 친서방 권위주의 정권 퇴진에 이어 ‘반미 권위주의 진영의 몰락’이라는 새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은 21일 전국에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인터뷰를 통해 서방의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정권 유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지난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서방의 명시적 퇴진 요구와 석유금수 등 제재 조처로 봉쇄된 상태고, 국내적으로 라타키아 등 지방 도시에서의 유혈봉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사드는 “최근 몇 주동안, 특히 지난 19일 이후 (안보 상황이) 점점 폭력적으로 되고 있다”며 국내의 유혈봉기를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에 대처할 능력이 있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의 퇴진 요구에 대해 “가치없는 것”이라고 일축한 뒤 “시리아에 대한 어떠한 군사 조처도 (서방이) 감내할 수 없는 대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리비아식 군사 개입을 경고했다.

아사드는 시리아 내의 인도주의 위기를 평가하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할 예정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표단에 대해 원하는대로 시리아 내 어느 곳이라고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의 야권 진영은 유엔 대표단의 방문에 앞서 시리아 보안군이 라타키아 등 지방 도시를 봉쇄하고 학살의 흔적을 지우려는 대대적인 ‘청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실제 라타키아의 알라멜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이런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보안군의 학살이 진행된 하마와 홈스 지역에서도 학살 흔적을 지우려는 진압과 청소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스의 한 주민은 병원과 감옥에서 총성이 들렸다며 대규모 공격이 임박했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아사드 정권은 민주화 시위 사태 이후 2000~2500명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미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의 아사드 퇴진 촉구 이후 서방의 군사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의 지난 주말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군사 개입을 지지했다.

물론 국제 사회의 군사 개입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시리아 반정부 세력들도 반대하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 등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지 역시 변함 없다.하지만 터키가 지난 20일 시리아의 반정부 단체 연석회의를 주선하며, 리비아 반군인 과도국가평의회 조직과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시리아도 리비아의 상황과 비슷해지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6개월째 계속되는 예멘에서도 지난 19일 전국에서 수백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야권의 국가평의회의 결성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지난 16일 반정부 단체 연합인 143명의 국가평의회 출범이 선포되면서, 예멘에서도 살레 퇴진 이후 과도정권 수립의 주체가 형성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