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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트리폴리 총성 멎기도 전에…석유메이저 `검은 전쟁’ 시작됐다

등록 2011-08-23 20:39

이탈리아 “우리 국영회사가 리비아서 큰 역할할 것” 선공
반군에 밉보인 중국 “재건 돕겠다”…미국도 새로운 기회
리비아는 석유 매장량이 443억배럴로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 생산량은 하루 160~180만 배럴로 세계 17위권이었다. 전세계 석유 유통량으로 보면 2% 수준의 적은 양이다. 하지만 유황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경질유 생산만 놓고 보면 세계 1위다. 경질유는 고품질인데다가 친환경적이어서 유럽지역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그동안 리비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미국보다는 주로 유럽 쪽 회사들이 리비아에서 석유 개발을 맡아 왔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곳은 이탈리아 에니와 프랑스 토탈, 스페인 렙솔 등이다. 지중해 맞은편이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10% 이상의 원유 수입을 리비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의 리비아산 석유 의존도는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리비아 석유 개발 시장은 앞으로 크게 요동칠 게 뻔하다. 지금까지 개발계약은 모두 카다피 정부와 이뤄진 것으로, 반군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군은 그동안 기존 계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시한을 민주정부 수립 때까지로 한정지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반군이 주축이 돼 세운 새 정부에서 기존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고 새판을 짜자고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은 석유 쟁탈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반군은 트리폴리 함락 전에도 “우리는 친구와 적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고, 계약도 거기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반군이 새롭게 세운 석유회사 아고코의 대변인 압델잘릴 마유프는 <로이터> 통신에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국 회사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과는 약간의 정치적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이 나라들을 석유개발권 경쟁에서 배제하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현인 셈이다.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열중하던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리비아 반군과 접촉을 가지며 ‘양다리 작전’을 벌여온 중국은 이날 “리비아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리비아 재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를 갖고 있다”며 반군쪽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반군 쪽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나토군 폭격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미국의 석유 메이저 회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전 이후 하루 6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진 리비아 석유 생산량이 언제쯤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영국 세계에너지개발센터(CGES)의 마누체르 타킨 조사팀장은 “만약 상황이 빨리 안정되고 시추시설과 송유관에 큰 피해가 없다면 6개월 안에 생산량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리비아 국영석유회사의 대표였던 슈쿠리 가넴은 “예전 생산량 수준까지 올라오기에는 몇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에니나 토탈, 비피(BP) 등 리비아에 시추·정유시설을 소유한 기업들은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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