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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리비아 ‘피의 보복전’ 이라크 닮아가나

등록 2011-08-26 20:28

트리폴리, 카다피-반군 ‘보복 살해’ 주검 무더기 발견
정부군이 버린 무기 시장유통…‘안정화 기대’ 먹구름
리비아에서 우려했던 보복극이 일어나고 있다. ‘리비아의 이라크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에 리비아 안팎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트리폴리 미티가 지역의 한 병원에 포로가 된 상태에서 정부군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주검 17구가 안치돼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현지 의사들은 정부군한테 붙잡혀 있던 이들이 며칠 전 반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할 때 사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살자들 중 반가량은 뒷머리에 총격을 당했고, 다른 주검들은 사지가 훼손당한 상태였다. 트리폴리의 아부 살림 교도소가 반군에 넘어가기 전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을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반군 쪽의 보복 살해 의심 사례도 발생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 친정부 무장대원 주검 10여구가 발견됐는데, 2명은 손이 뒤로 묶인 채였다. 다른 주검들은 심하게 불에 그슬려 있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양쪽에서 보복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유력한 증언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집단 보복 살해 사례가 발생하자 유엔은 “모든 당사자는 범죄와 보복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실질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새로운 리비아에 보복 공격과 복수의 자리는 없다”며 자제를 요구했다.

보복의 악순환이 발생할지 여부는 리비아인들뿐 아니라 서구 국가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반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손쉽게 수도 트리폴리를 접수했고 무아마르 카다피의 체포를 위한 마지막 작전을 수행중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와는 달리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이번 전쟁에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고 경제적 부담도 별로 없어 ‘새로운 (제한적) 분쟁 개입 방식’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종전을 선언한 뒤에도 미군과 무장세력이 교전하고, 이어 이슬람 시아파 대 수니파의 내전이 일어나 수만~수십만명이 숨진 이라크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과도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압둘잘릴 의장이 ‘피의 악순환’을 경계하며 반군이 보복행위에 나선다면 자리를 내놓겠다고까지 밝혔는데도 보복 범죄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심상치 않다. 정부군이 버리고 달아난 무기까지 다양한 집단들에 넘어가면서 안정화에 대한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23일 카다피의 관저 밥 알아지지야를 점령한 반군 병사들은 저마다 무기를 기념품처럼 챙겨갔다. <에이피>(AP) 통신은 리비아 정부군이 보유하던 1만5000~2만5000기의 견착식 로켓 등의 처분 방안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현지에서는 무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군 무기가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는 추정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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