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현지 기자 크흐풀와크 ‘자살폭탄범’ 판단해 사격
탈레반 탓하다 뒤늦게 인정…가족 “영어 썼을텐데”
탈레반 탓하다 뒤늦게 인정…가족 “영어 썼을텐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끄는 아프가니스탄의 국제안전지원군(ISAF)은 지난 7월 탈레반군과의 전투중에 자신들이 <비비시>(BBC) 기자를 사살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나토는 <비비시> 기자를 사살한 미군 병사는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비비시>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나토군은 “지난 7월28일 아프간 남부 우르즈간의 타린코우트시에서 벌어진 탈레반군과의 전투에서 미군 병사가 <비비시> 기자 아흐메드 오메드 크흐풀와크를 자살폭탄 공격자로 오인해 사살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또 “그의 죽음은 비극적이었다”며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애초 나토군은 크흐풀와크가 탈레반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이번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비비시> 방송은 “이번 조사 결과로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나, 전체 보고서를 받아서 구체적 내용들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나토군의 보고서를 보면, 당시 나토군은 아프간 국영방송 <아르티에이>(RTA) 사무실을 공격한 탈레반군에 반격하던 중이었다. 2건의 자살폭탄 공격 뒤 이 건물을 수색중이던 나토군 소속 한 미군은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고, 다른 손을 뻗고 있던 크흐풀와크를 발견했다. 그가 자살폭탄 공격자며 폭탄 장치를 점화하려는 것으로 판단한 미군 병사는 M-4 소총 11발을 발사했다.
이 보고서는 이 미군 병사는 무력 충돌법과 교전 규칙에 따랐으며, 이 행동은 분명히 합리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비비시>의 데이비드 로인은 “크흐풀와크가 목욕탕에 숨어 있었고, 아마도 그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프레스카드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형제인 자위드는 “그는 영어로 말하고 프레스카드를 보여줬을 텐데, 어떻게 자살 폭탄 공격자로 오인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간 현지통신 기자였던 크흐풀와크는 2008년부터 <비비시> 방송에서 일해왔다. 그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 뒤 아프간에서 죽음을 당한 20번째 언론인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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