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통한 독립국 승인’ 놓고 팔레스타인 갈등
하마스 ‘파타당 방안’ 반대 “땅 한치도 못 내줘”
아바스 수반은 “23일 독립국 승인 요청서 제출”
하마스 ‘파타당 방안’ 반대 “땅 한치도 못 내줘”
아바스 수반은 “23일 독립국 승인 요청서 제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유엔 결의를 통한 독립국 승인’ 방침을 공표한 지난 16일.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지역의 난민캠프에선 주민들이 티브이로 생중계된 연설을 지켜보며 즉석 논쟁을 벌였다.
수브하 마무드 아부 하시(65)는 “1988년 팔레스타인 독립선언을 했을 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젠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다”며 아바스 정부의 방침을 1979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성사시킨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에 빗대어 반겼다.
마무드 아부 리첼(29)은 “이 문제는 정부 수반이 협상할 차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바스 수반은 (아랍민족주의 창시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도,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창설자인) 야세르 아라파트도 아니며, 의례적인 연설일 뿐”이란 것이다.
하시는 “폭력으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며 협상이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리첼은 “그러는 동안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계속될 것”이라며 “무력으로 빼앗긴 것은 무력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고 되받았다. 하시는 다시 “난 칼이 있고 넌 전투기가 있는데 내가 너를 이길 수 있겠냐”라고 되물었다.
국제사회의 승인을 통한 독립국 건설 방안을 놓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상반된 시각이 맞서며 논란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쟁취’가 오랜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중재가 아무런 해결책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깊은 불신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무장투쟁조직원 출신의 건설노동자 모하메드 이브라힘(43)은 “미국이 유엔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중동 전역이 폭발할 것”이라며 대규모 무장봉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엔지니어 나세르 자베르(28)는 “인티파다(봉기) 때 수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며 무장투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누르 아딘 헤프나위(21)는 “지금은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아랍연맹으로 가야 하지만 유엔 회원국 지위를 갖는다면 유엔으로 직행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가자지구 통치세력인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파타당의 ‘일방주의 노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18일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1인치의 땅도 내주지 않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지지한다”면서 “이런 입장에서, 우리는 유엔을 통한 독립국 승인 방안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독립국 쟁취 방식을 둘러싼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셈이다.
한편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는 “아바스 수반이 19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오는 23일 총회에서 독립국 승인 요청서를 공식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 후보국이 유엔사무총장에게 ‘자국이 평화애호국이며 유엔헌장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하는 요청서를 제출하면, 사무총장은 이를 검토한 뒤 유엔안보리와 총회에 회부하도록 돼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편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는 “아바스 수반이 19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오는 23일 총회에서 독립국 승인 요청서를 공식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 후보국이 유엔사무총장에게 ‘자국이 평화애호국이며 유엔헌장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하는 요청서를 제출하면, 사무총장은 이를 검토한 뒤 유엔안보리와 총회에 회부하도록 돼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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