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하누딘 라바니
탈레반과의 협상 책임자
자폭공격에 자택서 희생
자폭공격에 자택서 희생
탈레반 집권 이전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었으며, 현 아프간 정부에서 탈레반과의 협상을 책임졌던 부르하누딘 라바니(사진)가 카불 자신의 집에서 암살됐다고 카불 경찰이 밝혔다. 그는 아프간 전쟁 10년 동안 살해당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경찰 대변인인 하시마트 스타니크자이는 “20일 미국 대사관 근처 라바니의 집에서 자살폭탄 공격에 의한 폭발이 있었다. 라바니는 현장에서 숨졌으며 다른 몇 사람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아에프페>(AFP)는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폭발 현장에 구급차가 출동한 뒤 경찰이 현장을 둘러싸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탈레반이 나토군 본부와 미국 대사관 등을 로켓포로 공격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또 일어난 것이다. 이번 공격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군에서 아프간 정부로의 치안권 이양에 타격을 주고,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탈레반의 행위로 추정된다.
라바니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뒤 숨진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암살된 인물 가운데 그와 비슷한 비중을 가진 사람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으로 두달 전에 살해당한 아흐메드 왈리 카르자이가 꼽힌다. 라바니는 아프간이 내전을 벌이던 1992~1996년 대통령을 지냈으며,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엔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임명으로 탈레반과 협상하는 고위평화위원회의 대표를 맡아 일해왔다. 그의 죽음으로 탈레반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고위 평화위원회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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