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쏟아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에 ‘유엔 회원국’ 대신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 지위를 부여하자며 타협안을 내놨다. 한달 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재개, 6개월 내 국경 및 안보 현안 합의, 1년 내 평화협상 최종 타결이라는 ‘시간표’도 함께 제시했다.
프랑스의 ‘깜짝 제안’은 유엔을 통한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이나 일체의 지위 격상에 부정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현실적 타협안’이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옵서버 조직’(observer entity) 자격으로 유엔에 상주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옵서버 국가’로 승격될 경우 사실상 독립국 자격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르코지는 “유엔 안보리의 거부권 행사가 중동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격화시킬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에 유엔 옵서버 국가 지위를 주는 것은 중대한 일보 진전”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이 지금 당장 유엔 정식 회원국 지위를 얻을 수 없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그 첫째 이유는 주요 관련 국가들의 신뢰 부족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이어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개입”을 촉구했다. 유엔,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등 4자로 구성된 ‘중동평화협상 중재 콰르텟(4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사르코지의 제안이 당장 뜨거운 반응을 얻진 못했으나, 이번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 격상 쪽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사르코지는 연설 뒤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으나, 오바마는 사르코지의 제안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데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사르코지의) 제안이 중요하고 건설적”이라면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지도자”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팔레스타인은 프랑스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자신들이 유엔에 회원국 지위를 신청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못박았다. 귀도 베스트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은 국제사회에서 논의돼왔던 내용이어서 놀랍지 않다”며 ‘미적지근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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