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감독 파나히 ‘이건 영화가 아니다’
자신의 가택연금 생활 풍자한 영상일기
자신의 가택연금 생활 풍자한 영상일기
프랑스로 ‘밀반입’된 이란의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51·사진)의 최신작 <이건 영화가 아니다>가 이번주 프랑스 극장가에 내걸리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프랑스24> 텔레비전 방송이 26일 전했다.
파나히 감독은 지난해 5월 이란 정부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전격 체포돼 징역 6년형과 함께 ‘20년간 영화제작 및 출국 금지’ 처분을 받은 뒤 가택연금됐다. 앞서 2009년 6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란 대선 당시, 파나히는 야당의 개혁파 후보를 지지한데다 대선 뒤 반정부 시위에도 동참해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파나히는 지난 5월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으나 참석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가택연금 생활을 촌철살인의 유머로 풍자한 영상일기 <이건 영화가 아니다>의 필름을 케이크 속에 숨겨 칸으로 밀반출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특별상영돼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낳았다.
영화는 가택연금된 파나히의 일상을 차분히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변호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애완동물에 먹이를 주고, 이웃과 잡담을 한다. 그러다 파나히의 친구이자 이 영화의 공동감독인 모즈타바 미르타마스브가 찾아오면서 영화는 어두워진다.
친구는 카메라를 직접 들고 파나히가 회상하는 지난 일들을 기록한다. 파나히는 한 미혼모의 삶을 통해 이란 사회의 억압적 현실을 고발한 <서클>(2000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도 다시 언급한다. 이어 카메라는 ‘쓰레기 청소부’와 대화하는 파나히를 비춘 뒤, 대문 밖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응시한다. 영화 제목 그대로 ‘이건 영화가 아니라’, 명징한 정치적 발언이자 저항으로 읽힌다.
미르타마스브는 언론에 미리 배포한 메모에서 “우리는 수감된 영웅보다 자유로운 인간을 원한다. 우린 정치투사가 아니라 영화감독일 뿐이다”라고 썼다. 그 역시 지난주 다른 이란 영화제작자 5명과 함께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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