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무력 진압한 또다른 무력…‘리비아 모순’은 진행중

등록 2011-10-21 20:07수정 2011-10-21 21:41

리비아 사태가 남긴 과제와 한계
나토 ‘보호책임’ 명분 무차별 공습·미국 후방지원
“서방의 자의적 해석” 비판…부족간 갈등 더키워
사망자 3만여명, 전투기 출격 2만6089회, 전쟁비용 24억달러….

지난 2월15일 첫 반정부 시위에서부터 지난 20일 무아마르 카다피가 고향 시르트에서 과도정부군에게 처참하게 숨질 때까지 리비아 사태가 남긴 기록이다. 리비아 국민이 입은 정신적 상처, 향후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될 부족·지역 갈등과 증오심은 수치로 환산할 수도 없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248일에 걸친 리비아 내전은 막을 내렸다. 시민 지도부인 과도국가평의회는 새로운 민주정부 구성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적 지원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러나 나토의 리비아 군사개입은 인도주의적 개입의 명분과 방법, 결과의 심각한 불일치 속에서 새로운 교훈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 “나토의 리비아 개입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력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리비아가 미래에 나토의 또다른 군사개입의 본보기가 될지, 아니면 나토의 발목을 잡는 취약성을 드러낸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토는 지난 3월 유엔의 리비아 개입 결의안 1973호가 통과된 지 이틀 만에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했다. 유엔 결의안은 카다피 정권의 학살로부터 민간인 보호, 이를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했지만, 지상군 투입과 무기 반입은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리비아 정권 교체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번 탄력을 받은 군사작전은 갈수록 확대됐다. 개입의 최종 목표도 논란 속에 카다피 축출(제거)로 굳어져 갔다. 국제법 학계에선 나토의 리비아 개입이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 또는 R to P) 개념이 처음으로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도 있어왔다. ‘보호책임’이란 어느 국가가 자국민에게 심각한 반인륜적 범죄나 대량학살을 저지를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200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그러나 나토가 리비아 공습에서 보여준 과도한 군사력 사용과 무차별 파괴는 아직 정립단계인 ‘보호책임’ 개념까지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너선 아이얼은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순간부터 서방은 이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이런 전략이 되풀이될수록, 다른 나라들은 극소수 서방 국가들한테 ‘무력 사용’이라는 백지수표를 주기를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동맹국들과 달리 직접적인 군사공격을 자제한 미국의 제한적 개입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미국은 무인공격기와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을 지원하며 공습을 지원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미군의 리비아 개입 비용이 나토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카다피 사망으로 ‘리비아 개입’의 명분이 사라짐에 따라, 나토는 리비아에서 군사작전을 끝낼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21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특별회의를 열어 군 지휘부로부터 리비아 상황에 대한 평가 보고와 권고를 들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의 한 고위 당국자는 20일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에 “오늘 극적인 사건(카다피 사망)이 있었으며, 그에 따라 나토의 다음 방향에 대한 권고가 나오리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나토가 군사작전 종료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해 조만간 발표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강남 노른자위 그린벨트만 ‘콕콕’…대통령이 훼손 앞장
‘연회비 1억 피부과’ 나경원 “딸때문에…”
‘나만 빼놓고’…집단자살 막은 따돌림?
장원준은 막고 이대호는 쏘고
새 옷 입은 i30…소형차시장 공략 ‘시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