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시신이 피칠갑을 한채 카키색 바지만 입은 상태로 미스라타의 한 정육점에서 일반에 전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적인 논란이 일자 미스라타 시민군은 시신에 이불을 덮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외신들은 이 사건이 현재 혼란스럽고 통제되지 않는 리비아의 현주소를 드러내준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르트 인근에서 20일(현지시각) 사망한 카다피의 시신은 곧바로 미스라타로 옮겨져 퍼레이드를 벌인 뒤 다음날부터 한 정육점의 냉동고에 사실상 방치된 채 일반에 공개됐다. 그의 시신 주변을 몇명의 시민군이 지키면서 몇명씩만 들어가서 시신을 볼 수 있게 했다. 미스라타 시민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서 그의 시신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느라 법석을 떨었다. 카다피의 시신은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난 총상과 피범벅이 된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채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카다피의 시신 옆에는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과 아부 바크르 유누스 자브르 전 국방장관의 시신이 함께 놓여져 있었다.
이렇게 시신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리비아를 현재 통치중인 국가과도평의회(NTC)의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가과도평의회 총리인 마무드 지브릴은 미스라타에 뒤늦게 도착해 현지 관계자와 회담을 나눴다. 시신에 이불을 덮어 상반신을 가리고, 얼굴을 왼쪽으로 돌려 총상을 보이지 않게 만든 것은 그 후속 조처로 보인다.
하지만 생포된지 얼마안돼 시신으로 변한, 석연치 않은 카다피의 사망 과정과 그 이후 조처는 리비아 내부의 인권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영국 <가디언> 등은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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