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빈 압둘아지즈(80·사진 왼쪽) 왕세제와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78·오른쪽) 제2부총리 겸 내무장관
사우디 왕세제 사망…후계구도 어찌 되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술탄 빈 압둘아지즈(80·사진 왼쪽) 왕세제가 22일 미국 뉴욕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사우디 왕궁은 이날 “압둘라 국왕은 자신의 동생이자 왕세제가 이날 오전 나라 밖에서 지병으로 숨진 것을 깊은 슬픔으로 애도한다”며 왕세제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의 범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술탄 왕세제의 장례식이 오는 25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엄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술탄 왕세제는 2009년에도 암으로 미국에서 몇 차례 수술을 받고 모로코에서 요양하면서 한때 병세가 나아지는 듯 했지만, 다시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내내 병원 신세를 졌으며, 지난 6월 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지 4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술탄 왕세제는 현 압둘라(87) 국왕의 이복 동생이자 사우디 왕국을 세운 압둘아지즈(1876~1953) 초대 국왕의 15번째 아들이다. 올해로 41년째 국방장관 겸 항공장관이었으며, 제1부총리도 겸직하고 있었다. 2005년 예멘과의 국경분쟁 협상을 이끌었고, 평소 자선사업과 행정개혁, 교육 등에도 관심이 컸다.
압둘라 현 국왕도 이미 고령인데다 왕세제까지 세상을 뜨면서 사우디의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가장 유력한 왕세제 후보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술탄 왕세제의 친동생인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78·오른쪽) 제2부총리 겸 내무장관이다. 나예프 부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지난 3월 인접국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때 진압군 파병을 주도한 강경·보수파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1년 사우디 여성에게 최초로 신분증을 발급해 법적·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사우디에선 1953년 초대 국왕이 숨진 이후 그 아들들이 왕위 계승의 앞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가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사우디 헌법엔 후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며, 현 압둘라 국왕이 2007년 구성한 ‘충성위원회’가 왕위 계승자를 책봉하도록 돼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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