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리비아 중부 미스라타의 주민들이 지난 20일 사살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지도자와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의 주검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 주검 공개 중단
카다피 사망 관련 의혹도 묻히나
카다피 사망 관련 의혹도 묻히나
리비아의 과도정부는 지난 20일 숨진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주검 공개를 24일 중단하고, 그의 주검을 25일(현지시각) 사막에 비밀리에 매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격적인 결정은 카다피의 불명확한 최후와 그의 주검 공개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도정부의 한 관리는 “카다피의 주검은 25일 사막 한가운데의 비밀 장소에서 이슬람 족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한 장례로 묻힐 것”이라고 밝혔다. 시르트에서 카다피와 최후를 함께 한 넷째 아들 무타심도 함께 묻힌다.
이 관리는 이번 결정이 그의 주검이 그대로 두지 못할 정도로 부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카다피가 사로잡힌 뒤 과도정부군에게 두들겨 맞고 총에 맞아 숨진 점, 그의 주검을 냉동고에 보관하며 시민들에게 공개한 점에 대해, 국제인권단체들뿐 아니라 과도정부를 지원한 서방국가들조차 유감을 표시해왔기에 이를 의식한 조처로도 보인다.
이에 따라 과도정부는 카다피의 주검을 확보하고 있던 미스라타의 시민군 세력과 주검 인도 협상을 벌였다. 시르트의 카다피 부족 친척들과도 그의 주검을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과도정부의 관리는 “부족 친척들에게 그의 주검을 넘기는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혀, 사막에 비밀 매장하기로 한 것은 과도정부의 결정임을 내비쳤다.
카다피의 주검을 비밀 장소에 매장하는 이유는 그의 무덤이 지지자들의 성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5월 미군이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그의 주검을 바다에 수장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카다피의 장례식에는 4명 정도가 참석할 것이며, 이들은 무덤의 위치를 결코 공개하지 않기로 코란에 맹세할 것이라고 과도정부는 밝혔다.
한편, 무타심과 후계자를 놓고 경쟁했던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은 현재 리비아와 접경국인 니제르와 알제리와의 삼각지대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는 그가 위조 여권으로 리비아를 빠져나가려 하고 있으나, 그가 숨은 곳이 사막지대여서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사이프 알이슬람은 카다피의 자녀들 가운데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카다피의 아들딸 8명 가운데 무타심과 사이프 아랍, 카미스 등 세 아들은 이번 내전 과정에서 숨졌으며, 무함마드, 사디, 한니발 등 세 아들과 딸 아이샤는 알제리와 니제르에 도피한 상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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